고위공직자와 공공기관의 구조적 비리가 사정기관의 표적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와 검찰·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칼날이 맞물려 공공기관의 대대적인 '사정 드라이브'가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해체한 경기도 산하기관인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이하 경경련)가 경기도와 산업인력공단의 보조금을 빼돌려 불법자금을 조성해 사용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손모 전 사무총장은 차명 법인을 세워 돈을 빼돌렸고, 민모 전 사무총장은 불법자금으로 총선자금과 생활비를 충당하는 등 보조금을 자신들의 쌈짓돈으로 활용해 온 셈이다. 두 전직 사무총장 모두 김문수 전 지사와 남경필 현 지사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어, 정치권까지 파장이 미칠지 지역 정가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원지검 특수부가 최근 관련자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어, 파문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보내온 자료를 참고해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며 "검찰에서 직접 수사한 부분을 반영할 것이고, 기소가 이뤄지기 전까지 수사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경경련 간부들의 비리를 포함한 '공직비리 기동점검' 결과를 12일 공개했다. 감사원은 경경련 간부들이 경기도에서 받은 보조금 중 6억5천여만원과 산업인력공단에서 받은 보조금 중 1억9천여만원을 빼돌려 총 8억5천만원 중 7억2천여만원을 불법자금으로 조성한 뒤 지원 목적과 다르게 사용했다고 밝혀냈다.

경경련의 부장과 본부장을 지낸 박모씨는 2012년 말 당시 사무총장 손씨와 상의해 별도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박씨는 손씨가 지인 명의로 주식회사 D사를 설립하자 김모 팀장 등 보조사업 전담 직원들에게 "계약업체에 대가보다 더 많이 돈을 주고, 차액을 D사를 통해 돌려받으라"고 지시했다.

이후 차액 1억원을 D사 대표 등 2명 계좌로 돌려받았다. 박씨는 이밖에도 아내 지인 업체는 물론 강사비 등의 용도도 입금 후 돌려받는 형식으로 돈을 빼돌렸다.

2015년에는 새 사무총장 민씨와도 상의해 비슷한 수법의 횡령을 시작했다. 강사비와 관련해 횡령한 금액만 4억3천여만에 달한다. 아울러 사무총장 민씨의 남편 등을 사업전담자로 허위등록하거나 기존 사업전담자들에게 인건비를 과다지급한 뒤 돌려받는 수법으로 총 1억512만원을 횡령했다.

감사원은 박씨 등이 총 8억5천만원을 빼돌려서는 체크카드를 만들어 손 전 사무총장이 2천500만원, 민 전 사무총장이 1천600만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 박씨는 민 전 사무총장이 2016년 3월 "국회의원 비례대표 준비에 돈이 필요하다"고 하자 횡령한 돈으로 2천만원을 수표로 주는 등 2015년 3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총 2억2천여만원을 20대 총선 선거자금과 생활비 등으로 사용토록 했다고 감사원은 덧붙였다.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경기도 일자리센터장)도 경경련 관련자에게 금품을 요구하거나 규정을 위반해 업무를 처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혀냈다. 당시 도의 일자리정책과장도 자신이 아는 업체가 경경련 사업에 위탁업체가 되도록 개입했다.

한편 감사원은 경기도지사와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에게 경경련 간부들이 유용한 8억5천만원을 회수하라고 통보했다.

/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