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고2 '3만명 중독 위험군'
휴대전화 통해 '무제한 접속'
중고생 25% 돈내기게임 경험
해외 계정·작은 판돈등 이유
참여 제한 장치나 단속 없어
스마트폰 보급 확산 등으로 도박이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전국 중학교 1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 중 약 3만 명을 도박중독 '위험군'으로 보고 있다.
위험군으로 분류된 청소년은 정상적인 경제관념을 정립하지 못해 성인이 돼서도 도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경인일보는 도박문제 인식주간을 맞아 청소년 도박중독의 심각성과 그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인천의 중학생 A(13)군은 신종 도박인 '소셜 그래프'에 빠져 산다. 돈만 있으면 게임 횟수가 무제한이다. 학교는 물론이고 집에서도 휴대전화를 꺼내 소셜 그래프 사이트에 접속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A군은 "고등학교에 가면 아르바이트를 해 지금보다 큰 금액을 베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고교에서는 소셜 그래프라는 신종 도박이 확산되고 있다. 그래프가 멈추기 전 '즉시 출금' 버튼을 눌러 그 배당률에 따라 돈을 딸 수 있는 도박 프로그램인데, 청소년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중학교 3학년 B(15)군의 학교생활은 스마트폰 도박으로 망가졌다. 지난 해 4월 홀수, 짝수 중 하나에 돈을 거는 단순한 방식의 '사다리타기도박'이 금세 B군을 중독시켰다.
5분 만에 80만원을 딴 날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돈을 잃었다. 게임을 할 돈이 필요해 급기야 사기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인터넷 중고 물품 매매 사이트에 '가수 공연 관람권을 판다'는 허위 게시글을 올려놓고 돈을 챙긴 사실이 지난해 말 경찰에 적발돼 보호 관찰 처분을 받았다.
온라인 불법 도박이 갈수록 진화하면서 한탕주의에 빠진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특히 모바일 앱이나 SNS 등을 통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불법 도박 사이트는 청소년이 성인 인증없이도 간단히 가입할 수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한 상태다.
13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2015년) 결과를 보면 전국 청소년 4명 중 1명은 '돈 내기 게임'을 접했다. 청소년이 내기 게임에 소비하는 시간은 경기도가 43.4분, 인천이 43.5분으로 전국에서도 가장 길었다.
특히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연령별 도박 단속건수도 10대 피의자가 지난 2015년 9건에서 지난해 46건으로 무려 5배이상 급증했다. 청소년 도박은 학업 중단, 가정 불화, 범죄 행위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예방 대책이 절실하다.
유튜브에 '소셜 그래프게임'을 검색하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등을 상세하게 알려 주는 영상만 1만4천300개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도박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장치는 없다. '해외 계정이라 추적이 어렵다', '큰 판돈이 오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이경은 예방홍보팀장은 "한 반에 한 명이 도박을 시작하면 번지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갈수록 더 진화하고 단속망을 교묘하게 피해 통제가 어렵다"며 "청소년들이 도박 용어를 쓰고 있거나 과도하게 돈을 벌거나 빌리는 등 행위가 있으면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진·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