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가 지난 22일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를 '불법파견' 근로자로 간주하면서 동종 프랜차이즈 업계뿐 아니라 전체 서비스·제조업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직접 하청 근로 개입'을 사유로 파리바게뜨 본사가 '실질적 고용주(사용자)'로 지목되면서, 도급·파견 근로 시스템을 채택한 많은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진짜 고용주가 누구인지'에 관한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고용부 결정이 비슷한 '불법파견' 논란으로 현재 법정 공방 중인 삼성전자서비스, 현대차 등의 향후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고용부 "파리바게뜨가 직접 하청근로 감독…불법파견"
고용부는 파리바게뜨가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 5천378명을 '불법파견'했다며 파리바게뜨에 이들을 직접 고용하고 지금까지 밀린 110억 원의 연장근로수당 등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만약 파리바게뜨가 시정에 나서지 않을 경우, 법적 처벌 대상이 되거나 500억원이 넘는 과태료를 내야 한다.
우선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도급과 파견의 개념을 보면, '도급'(하청)은 민법상 일감을 주는 도급인(원청)이 일감을 받는 수급인(하청)의 일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면서 성립하는 계약을 말한다.
'파견'은 파견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뒤, 인력을 요청한 다른 사업장에 보내 해당 사업주의 지휘·명령에 따라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이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은 A 협력업체와 도급 계약을 맺고, A 업체 소속 제빵기사는 가맹점에서 제빵 업무를 하고 있다. 형태상으로는 가맹점-A 업체 간 도급 계약인 셈이다.
하지만 고용부는 이 제빵기사가 실질적으로는 가맹점 본사인 파리바게뜨의 직원이라고 판단했다.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의 출·퇴근 시간 등 업무 전반을 관리·감독했고, 인사관리 기준을 마련해서 시행했으며, 협력사 사장이 파리바게뜨 퇴직 임원이라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도급 관계에서는 원청사업자(일감을 준 사업자)는 직접 도급(하청) 근로자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등의 '근로 감독'을 할 수 없다. 지시·감독한다면 사실상 도급이 아니라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 사례를 바로 '가맹점-A 업체 도급 계약'을 가장한 본점의 제빵기사 '불법 파견'으로 간주한 것이다.
◇ 재계 "가맹사업법상 적법…품질관리 위해 근로 개입 불가피"
하지만 파리바게뜨와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재계 일각에서는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이들은 해당 도급 계약이 가맹점과 제빵 업무 협력업체 간 체결된 것으로, 파리바게뜨 본사는 제3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빵기사는 실질적으로 가맹점주의 지시를 따르는데, 이 '불법파견' 논란의 책임을 가맹점주도 아닌 제3자 본사에 묻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만약 파리바게뜨 본사가 가맹점 제빵기사 근로 과정에 실질적으로 개입했다고 해도, 불법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
가맹사업법 제6조 제4호에 따라 가맹본부가 제시한 품질기준을 가맹점주가 준수하지 못할 경우, 가맹본부가 제공하는 용역 등을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허용돼있기 때문이다. 가맹점에 대한 용역 알선도 적법한 본사의 가맹점 영업 지원 방식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제빵기사 인건비가 포함된 경영지원비(본사→가맹점)도 본사의 제빵기사에 대한 직접 임금 지급이 아니라 가맹사업법이 허용한 가맹점에 대한 합법적 지원이고, 이는 공정거래위원회도 권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지난 7월 공정위가 발표한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에서도 "공정거래협약 평가 기준에 마진율 인하, '인건비 지원' 등 가맹본부의 자발적 상생노력을 포함하고 배점을 높여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대목이 있지 않느냐 것이다.
또 신제품 출시 등 특별한 시기에 조기 출근을 요구하는 것은 '영업의 통일성' 측면에서 불가피하고, 제빵기사 소속 협력업체(가맹점의 하청업체)에 파리바게뜨가 제공한 인사기준 등도 참고 자료에 불과하다고 파리바게뜨는 반박하고 있다.
◇ 파리바게뜨 직접 고용해도 불법파견 소지…"도급·파견 규제 완화해야"
더 심각한 것은 노동부의 시정 지시에 따라 파리바게뜨가 직접 제빵기사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도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상 제빵업무는 '인력 파견 가능' 대상 업종이 아니다.
대안으로서 가맹본부가 가맹점과 제빵 도급 계약을 체결한다고 해도, 가맹점 현장에서 제빵기사는 가맹점주의 직접적 업무 지시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인만큼, 결국 다시 '불법 파견'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새로운 형태의 신종 산업으로서 '가맹사업'에서 통일성과 브랜드 명성을 유지를 위한 일정한 품질기준은 필수적"이라며 "이 기준을 맞추려는 행위를 전통 제조업에 적용하던 잣대로 '직접 근로자를 지휘·명령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청업체가 일감을 받은 하청업체가 계약을 잘 이행하는지 살피기 위해 하청업체 근로자의 업무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도급계약에 따른 합법적 '검수' 과정인지, 도급계약을 벗어난 근로 감독으로서 '불법 파견'에 해당하는지 현장에서도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사례가 상당 수"라고 덧붙였다.
그는 "획일적 노동법 잣대를 들이대면 삼성전자서비스, 현대차 등 규모가 더 큰 서비스·제조업체이 도급, 아웃소싱(외주) 계약도 모두 법정에서 불법 판결을 받을 수 있다"며 "산업 현장 실정에 맞춰 합리적으로 다양한 도급·파견 형태를 인정하고 확대해야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논란의 여지가 많은 '직접 하청 근로 개입'을 사유로 파리바게뜨 본사가 '실질적 고용주(사용자)'로 지목되면서, 도급·파견 근로 시스템을 채택한 많은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진짜 고용주가 누구인지'에 관한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고용부 결정이 비슷한 '불법파견' 논란으로 현재 법정 공방 중인 삼성전자서비스, 현대차 등의 향후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고용부 "파리바게뜨가 직접 하청근로 감독…불법파견"
고용부는 파리바게뜨가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 5천378명을 '불법파견'했다며 파리바게뜨에 이들을 직접 고용하고 지금까지 밀린 110억 원의 연장근로수당 등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만약 파리바게뜨가 시정에 나서지 않을 경우, 법적 처벌 대상이 되거나 500억원이 넘는 과태료를 내야 한다.
우선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도급과 파견의 개념을 보면, '도급'(하청)은 민법상 일감을 주는 도급인(원청)이 일감을 받는 수급인(하청)의 일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면서 성립하는 계약을 말한다.
'파견'은 파견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뒤, 인력을 요청한 다른 사업장에 보내 해당 사업주의 지휘·명령에 따라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이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은 A 협력업체와 도급 계약을 맺고, A 업체 소속 제빵기사는 가맹점에서 제빵 업무를 하고 있다. 형태상으로는 가맹점-A 업체 간 도급 계약인 셈이다.
하지만 고용부는 이 제빵기사가 실질적으로는 가맹점 본사인 파리바게뜨의 직원이라고 판단했다.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의 출·퇴근 시간 등 업무 전반을 관리·감독했고, 인사관리 기준을 마련해서 시행했으며, 협력사 사장이 파리바게뜨 퇴직 임원이라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도급 관계에서는 원청사업자(일감을 준 사업자)는 직접 도급(하청) 근로자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등의 '근로 감독'을 할 수 없다. 지시·감독한다면 사실상 도급이 아니라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 사례를 바로 '가맹점-A 업체 도급 계약'을 가장한 본점의 제빵기사 '불법 파견'으로 간주한 것이다.
◇ 재계 "가맹사업법상 적법…품질관리 위해 근로 개입 불가피"
하지만 파리바게뜨와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재계 일각에서는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이들은 해당 도급 계약이 가맹점과 제빵 업무 협력업체 간 체결된 것으로, 파리바게뜨 본사는 제3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빵기사는 실질적으로 가맹점주의 지시를 따르는데, 이 '불법파견' 논란의 책임을 가맹점주도 아닌 제3자 본사에 묻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만약 파리바게뜨 본사가 가맹점 제빵기사 근로 과정에 실질적으로 개입했다고 해도, 불법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
가맹사업법 제6조 제4호에 따라 가맹본부가 제시한 품질기준을 가맹점주가 준수하지 못할 경우, 가맹본부가 제공하는 용역 등을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허용돼있기 때문이다. 가맹점에 대한 용역 알선도 적법한 본사의 가맹점 영업 지원 방식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제빵기사 인건비가 포함된 경영지원비(본사→가맹점)도 본사의 제빵기사에 대한 직접 임금 지급이 아니라 가맹사업법이 허용한 가맹점에 대한 합법적 지원이고, 이는 공정거래위원회도 권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지난 7월 공정위가 발표한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에서도 "공정거래협약 평가 기준에 마진율 인하, '인건비 지원' 등 가맹본부의 자발적 상생노력을 포함하고 배점을 높여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대목이 있지 않느냐 것이다.
또 신제품 출시 등 특별한 시기에 조기 출근을 요구하는 것은 '영업의 통일성' 측면에서 불가피하고, 제빵기사 소속 협력업체(가맹점의 하청업체)에 파리바게뜨가 제공한 인사기준 등도 참고 자료에 불과하다고 파리바게뜨는 반박하고 있다.
◇ 파리바게뜨 직접 고용해도 불법파견 소지…"도급·파견 규제 완화해야"
더 심각한 것은 노동부의 시정 지시에 따라 파리바게뜨가 직접 제빵기사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도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상 제빵업무는 '인력 파견 가능' 대상 업종이 아니다.
대안으로서 가맹본부가 가맹점과 제빵 도급 계약을 체결한다고 해도, 가맹점 현장에서 제빵기사는 가맹점주의 직접적 업무 지시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인만큼, 결국 다시 '불법 파견'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새로운 형태의 신종 산업으로서 '가맹사업'에서 통일성과 브랜드 명성을 유지를 위한 일정한 품질기준은 필수적"이라며 "이 기준을 맞추려는 행위를 전통 제조업에 적용하던 잣대로 '직접 근로자를 지휘·명령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청업체가 일감을 받은 하청업체가 계약을 잘 이행하는지 살피기 위해 하청업체 근로자의 업무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도급계약에 따른 합법적 '검수' 과정인지, 도급계약을 벗어난 근로 감독으로서 '불법 파견'에 해당하는지 현장에서도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사례가 상당 수"라고 덧붙였다.
그는 "획일적 노동법 잣대를 들이대면 삼성전자서비스, 현대차 등 규모가 더 큰 서비스·제조업체이 도급, 아웃소싱(외주) 계약도 모두 법정에서 불법 판결을 받을 수 있다"며 "산업 현장 실정에 맞춰 합리적으로 다양한 도급·파견 형태를 인정하고 확대해야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