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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2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디지털 성범죄(몰래카메라 등)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이른바 '몰래카메라' 범죄 예방을 위해 현재 규제 없이 판매되고 있는 '몰카'를 판매 단계부터 규제하기로 했다.

또 지하철역 등 '몰카'에 취약한 곳은 일제점검을 하는 한편, '몰카' 영상을 불법으로 유포하는 행위의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26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디지털성범죄(몰래카메라 등) 피해 방지 종합대책'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몰카 판매 규제부터 관련 범죄 예방에 이르는 범죄 개선 방안을 6단계로 구분하고 총 22개의 과제를 정해 추진하기로 했다.

1단계인 '변형 카메라 판매·촬영' 단계는 현재 규제 없이 판매되는 몰카의 판매를 더욱 엄격하게 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변형 카메라의 수입·판매업 등록제를 도입하고 해당 기기를 사는 사람의 개인정보를 받는 동시에 기기의 양수·양도 때는 신고를 하게 했다.

변형 카메라의 수입 심사를 강화하며, 스마트폰의 '무음 촬영앱'을 다운로드할 때는 타인의 동의 없이 촬영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고지하는 방안 등도 포함됐다.

2단계인 '불법 영상물 유포·신고'는 불법 영상물을 신속하게 삭제·차단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는 불법 영상물 삭제·차단에 평균 10.8일이 소요되지만, 앞으로는 피해자의 요청이 있으면 3일 이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긴급 심의를 통해 불법 촬영물을 삭제·차단할 계획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마련할 '패스트트랙'에 따라 수사기관 요청 시에는 즉시 불법 영상물을 차단·삭제할 수 있게 했다.

인터넷사업자 등은 음란정보가 유통됐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즉시 삭제나 접속차단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부는 아울러 대화형 메신저나 게시판 등에 불법 영상물을 쉽게 신고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동시에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불법 영상물을 실시간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3단계인 '디지털 성범죄 단속·수사'에는 지하철 역사 등 몰카에 취약한 곳의 현황을 일제점검하고 숙박업자가 카메라 등을 이용해 직접 영상을 촬영하면 최대 '영업장 폐쇄' 처분을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와 함께 불법 영상물 3대 공급망인 사이트운영자, 웹하드, 음란 인터넷 방송업자를 대상으로 단속을 강화하고 외국 음란물 유포 범죄를 막기 위한 국제공조도 강화할 예정이다.

4단계인 '디지털 성범죄자 처벌'에는 특히 가해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연인 간 복수 목적으로 촬영된 영상물을 유포하면 현재는 징역 3∼5년 또는 벌금 500만 원∼1천만 원의 처벌을 받지만, 앞으로는 벌금형을 없애고 징역형으로만 처벌하기로 했다.

또 영리 목적으로 촬영대상자 동의 없이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 역시 징역형으로만 처벌하게 하고, 아울러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을 타인의 동의 없이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 신설된다.

상습적으로 몰카 영상을 촬영·유포하는 자는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게 되고 공무원, 교사, 군인 등이 몰카 관련 성범죄를 저지르면 공직에서 배제하는 '디지털 성범죄 공무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된다.

5단계인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은 다각도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방안이 담겼다.

정부는 몰카 영상 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원스톱 종합서비스를 도입해 채증, 삭제, 사후 모니터링, 법률 상담 등의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고 디지털성범죄 기록물의 삭제비용은 가해자에게 부과하는 처벌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6단계인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단계에는 부처, 관련 업계, 시민단체로 구성된 '디지털 성범죄 민관협의체'를 운영하는 방안과 함께 공공기관 대상 성폭력 예방교육 시 디지털 성범죄 교육을 추가하는 등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발표한 대책과 관련, 소관 부처별 이행상황을 분기별로 점검하고 지속해서 대책을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을 두고서 일각에서는 기술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몰카'로 쓰일 수 있는 '변형카메라'를 사가는 사람의 신원은 확보할 수 있지만 특정 '몰카범죄 영상'이 어떤 장비로 촬영됐는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DNA 필터링 기술을 개발하면 (유포자를) 추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DNA 필터링 기술은 영상물의 오디오나 비디오가 가지는 고유의 특징을 수치화해 DNA를 추출하고 확보된 DNA와 비교해 원본 저작물과의 동일성 여부를 확인하는 기술이다.

음란물 유포를 막기 위한 국제공조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최근 몇 년간 성매매와 인터넷 음란물의 온상으로 지적받아온 미국 포털 야후의 소셜 미디어 서비스 '텀블러(Tumblr)'가 얼마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율심의협력 요청을 거부한 사례 등이 있어서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 사이트를 국내에 재전송하는 인터넷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음란물) URL을 막아달라고 할 것"이라면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텀블러 접속을 차단까지 하진 않겠지만 문제가 심각하면 그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