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정부 비판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면서 이들을 퇴출하고자 광고주인 기업까지 압박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났다.

3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이 확보한 당시 국정원 작성 문건에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프로그램에서 배제하고 퇴출하고자 광고주를 압박해야 한다는 취지의 표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2010년 1월 만든 '문화예술체육인 건전화 사업 계획' 문건에는 개그우먼 김미화씨, 방송인 김제동씨 등을 퇴출 대상으로 지목하고, '방송사 간부, 광고주 등에게 주지시켜 배제하도록 하고 그들의 비리를 적출해 사회적 공분을 유도해야 한다'고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8월 생산된 '좌파 연예인 활동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에도 '포용 불가 연예인은 방송 차단 등 직접 제재 말고 무대응을 기본으로', '간접 제재로 분량 축소', '각 부처나 지자체, 경제단체를 통해 대기업이 활용 안 하도록 유도'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블랙리스트 연예인들의 퇴출시기와 방법까지 세세히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가수 윤도현씨 등은 문건에 작성된 것과 비슷한 시기에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 시기인 2009년 7월 김주성 당시 기조실장 주도로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해 정부 비판 성향의 연예인이 특정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도록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이후 국정원은 청와대와 교감 아래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명단에 오른 인사를 상대로 방송 출연 중단, 소속사 세무조사, 비판 여론 조성 등 전방위로 퇴출 압박 활동을 한 것으로 내부조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조만간 광고주 압박 정황이 실제로 있었는지 관련자들을 불러 확인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