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추석을 앞두고 연휴를 맞았지만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 노인들은 명절 연휴가 오히려 더 고통스러운 날로 다가온다. 사진은 수원시내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 /경인일보DB

가족과 연락끊긴 어르신들
오히려 외로움 더한 '명절'

해외여행 증가현상 맞물려
요양원 방문신청 크게줄어

우리사회 안전망·시스템이
'고령사회' 속도 못따라가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역대 최장의 황금연휴를 맞아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과 고향의 부모, 친지를 만나려는 귀성객 등은 가슴이 설레지만, 가족들과 연락이 끊긴 노인들에게는 추석이 오히려 고달픔과 외로움만 앞선다.

안산 단원구에 사는 김모(72·여)씨는 다가오는 추석이 반갑지 않다. 가족과는 연락이 끊겨 홀로 고독한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예전 같으면 명절 연휴기간에 복지관에서 식사도 하고 다양한 생활문화 프로그램도 즐겼지만, 이번 연휴는 10일간 이어지는 바람에 먹을 것도 생활할 것도 걱정거리가 한두가지가 아니다"고 토로했다.

10년 전 수원 쪽방촌으로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는 정모(82)씨는 "아들이 연락을 끊은 지 5년여가 지났다. 이번 추석에는 연락이 오려는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기나긴 연휴동안 외로운 건 독거노인뿐만이 아니다. 요양원에 맡겨진 노인들에게도 쓸쓸한 추석 명절이 될 전망이다.

부천의 한 노인전문요양원에는 추석을 앞두고, 방문하겠다는 가족들의 신청이 현저히 줄었다. 요양원 관계자는 "요양원을 방문하겠다고 신청한 건수가 지난해보다도 눈에 띄게 줄었다"며 "긴 연휴로 인해 해외여행 등이 증가해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추석 연휴 이틀째인 1일 버스터미널과 기차역은 귀성객들로 붐볐고, 인천공항은 해외로 떠나려는 여행객이 몰리며 출발 여객 신기록을 경신했다.

KTX와 새마을호가 지나는 수원역과 서수원고속버스터미널은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려는 귀성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역사와 버스터미널은 매표소에서 좌석표를 직접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지만, 이날은 거의 모든 방면으로 가는 기차와 버스표가 매진됐다.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추석 황금연휴 첫날인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발한 여객 수가 11만4천74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 시스템이 빠른 고령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8월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자는 모두 725만7천288명으로 전체 인구 5천175만3천820명의 14%를 차지해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김욱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노인이 소외되고 있고, 이들을 돌볼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들을 돌볼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빨리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승배·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