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잘못 기표했다는 이유로 투표용지를 훼손한 40대 여성에게 선고유예 판결을 내려 선처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승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2·여)씨에게 벌금 250만원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12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서 범행 정황이나 범죄 정도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형 선고를 미뤘다가 2년이 지나면 면소(免訴)된 것으로 간주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A씨는 지난 5월 5일 용인의 한 대선 사전투표소에서 기표하고 투표용지를 확인하다가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게 실수로 기표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선거사무원이 "어쩔 수 없으니 그대로 투표함에 넣으라"고 하자 이를 따르지 않고 투표용지를 찢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투표용지를 그냥 찢어도 되는지 묻지 않고 바로 찢은 것은 잘못이지만 이후 안내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거친 뒤 귀가했고 별다른 소란을 피우거나 선거 진행을 방해하지도 않아 법과 절차를 준수하려는 평범한 시민의 태도를 크게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배심원 7명도 A씨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하면서도 다수인 4명이 벌금 250만원의 선고유예가 적절하다는 양형 의견을 냈다.

/황준성·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