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등 없어 자금 압박 불보듯
의무화땐 민간 최대 7% 상승 전망
부실시공·전매 등 예방 장점있어
정차권, 도입 놓고 시각차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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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후분양제의 본격적 부활을 알리면서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치권은 후분양제에 대한 긍정적 의견과 부정적 의견이 엇갈리면서 공방이 벌어졌다.

후분양제란 주택 전체 공정이 80%에 도달한 이후 입주자를 모집하는 제도로 지난 2004년 로드맵 발표 이후 시범지구 지정 등 일부만 시행되다가 2008년 폐지됐다.

하지만 지난 12일부터 진행된 국토교통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국정감사에서 후분양제를 주장해온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후분양제 도입을 촉구하고, LH 사장 등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후분양제 부활 문제가 다시 떠올랐다.

후분양제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부실시공 예방 및 선택권 보장의 효과가 생긴다. 견본주택이 아닌 실제 아파트 단지의 층, 향, 구조 등을 직접 확인하기 때문에 이른바 '깜깜이 분양'을 피할 수 있다. 청약과열이나 분양권 전매도 예방할 수 있다.

반면 계약금, 중도금, 잔금 형태로 집값을 2~3년 나눠냈던 선분양제와 달리 계약부터 입주까지 짧게는 6개월~1년 내에 한꺼번에 수억 원의 목돈을 마련해야 해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주택 공급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더 크다. 건설업계는 완공 때까지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받을 수 없어 건설자금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건설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비용 등은 고스란히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합 등 시행사가 금융 비용 증가로 사업성이 악화된다고 판단해 사업을 미루면 주택 공급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는 민간 아파트로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신용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에게 유리하고 자금조달능력이 부족한 중견 건설사들은 사업 추진이 어려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것도 우려하고 있다. 그나마 유리하다는 대형건설사들도 공사비 조달과 분양에 대한 부담 등으로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후분양제가 의무화될 경우 건설사가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주택건설자금이 연평균 40조원을 넘어서 민간 주택의 분양가가 최대 7%선 까지 오르고 연간 10만 가구 이상의 주택 공급이 줄어든다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은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도입하면 시장에 엄청난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반대에 나서 후분양제 문제는 정치권의 공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