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입원해서 퇴원할때까지 '환자 케어'
진찰·상담·경과 관찰·시술등 전담

시범사업 가천대, 내과에 2명 배치
외래 의사와 '대등한 관계'로 치료
진재용 교수 "정부 관심·지원 필요"


4년 전 식도암 수술 병력이 있는 김민수(가명·57) 씨는 지난 8월 호흡 곤란 증세로 가천대 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 의사는 소화기 내과 입원 치료를 권유했지만, 김씨는 호흡기 내과에서 외래 진료를 받았다. 외래 진찰 의사는 김씨를 '중복 질환' 환자로 판단하고 입원전담전문의 병동(통합 내과)에 입원시켰다.

이때부터 입원전담전문의 진재용 교수가 주치의로 김씨를 치료했다. 입원 당일 폐기능 검사에서 중증 폐기능 장애를 확인해 만성폐색성질환에 준한 치료를 시작했다. 또 빈혈 검사로 과거 수술 부위의 출혈 흔적을 발견해 치료했고 수혈 등을 통해 환자의 호흡곤란 증세를 호전시켰다.

진재용(53) 교수는 "환자들은 중복된 질환으로 의사 앞에 나타나는데, 많은 경우 여러 질환 중 한 가지만 발견되고 나머지는 묻혀 버리게 된다"며 "통합 내과에 입원함으로써 이러한 위험을 줄이고 자신의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의 실상을 더욱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입원전담전문의 시범 사업이 의료 현장에서 의사와 환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는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초기 진찰, 경과 관찰, 환자·가족 상담, 병동 내 처치·시술, 퇴원 계획 수립 등을 전담하는 전문의를 뜻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했고, 가천대 길병원은 시범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 기관 중 하나다.

병원에 본인이 입원해봤거나 가족·친지가 입원한 적이 있는 이들은 입원 환자가 의사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입원 환자 담당 의사가 1일 1~2차례 회진을 돌 때를 제외하면 의사를 만나기 어렵다. 입원전담전문의는 병동에 상주하면서 입원 환자를 관리한다.

20여 년 전 이 제도를 도입한 미국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를 '호스피탈리스트'라고 부르는데, 미국 전체 의사의 100명 중 5명꼴인 4만4천여명이 호스피탈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로 환자의 재원 일수와 재입원이 줄고 의료 사고가 줄었다.

지난 4월부터 시범사업에 참여한 가천대 길병원은 내과에서 2명이 입원전담전문의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통합 내과 소속으로 독립돼 있어 다른 병원들과 차별화된다. 외래 의사와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입원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구조다. 입원전담전문의 1명이 보통 하루에 10명의 입원 환자를 담당한다.

1인당 기본적으로 30분 이상씩 입원전담전문의와 상담할 수 있고, 의사들은 근무 시간 대부분을 환자와 면담하는 일로 보낸다. '의사 만나는 게 하늘의 별따기'였던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시범 운영 중이지만 대부분의 병원에서 신청자가 많지 않아 아직 '풀 가동'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달 병상당 수가를 평균 40% 인상하는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입원전담전문의 진재용 교수는 내과 전문의 경력 20년이상의 중증·급성 질환 전문가다.

진 교수는 "의사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것은 환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입원전담전문의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혁신할 수 있는 주요한 동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시범사업을 통해 입원전담전문의의 근무 체계가 확립돼 가고 있어 약간의 유인책만 가동된다면 지원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에서 호스피탈리스트 제도가 환자의 안전 관리 측면에서 큰 장점을 보이고 있는 것이 밝혀진 만큼,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

■ 입원전담의란
-정의: 환자 입원부터 퇴원까지 진료를 직접 책임지고 시행하는 전문의.
-역할: 병동 입원 환자 진단, 검사, 투약, 처치, 안전관리·보호자에 환자 정보 제공.
-운영: 병원별 전문의 진료 필요한 중증도 높은 환자, 응급실 내원환자 중심으로 1~2개 병동 구성. 중증·복합질환자 관리 위한 통합관리병동에 우선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