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평동 방 20개 화장실 2곳
샤워기 없는 욕실은 허리 못펴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 48.8%
청년가구 11.3% 주거기준 미달
"월세가 15만원이에요. 조금 불편해도 수원에서 이 돈으로 지낼 수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어요."
아침 최저기온이 한 자리 수까지 떨어지고 있는 16일 오전. 수원시 평동의 한 '쪽방촌'을 찾았다. 9㎡ 남짓한 20여 개의 방과 2개의 공동화장실로 이뤄진 쪽방촌에는 평일임에도 일을 나가지 않고 방을 지키는 사람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익명을 요구한 A(65)씨는 "바로 뒤편이 종합공구단지인데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쪽방 안은 한 사람이 누우면 가득 찰만한 침실과, 욕실 역할도 겸하는 부엌으로 단출히 구성돼 있다. 샤워기 하나 갖추지 못한 무늬뿐인 욕실이라 허리를 펴고 씻는 건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자신의 방을 공개한 김모(60)씨는 "몸이 아파 일을 나가지 못한다. 20만원 정도의 한 달 생활비를 가지고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식·주 등 최소한의 생활 여건이 충족되지 않아 발생하는 '빈곤'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빈곤' 해결이 국가 주도 정책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8%로 노인 2명 중 1명이 빈곤 상태에 처해 있다.
인구 전체 빈곤율 역시 OECD 평균인 12%보다 2%p 높은 14%를 기록했다. 일자리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소득을 통해 빈곤을 해결하는 것은 더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지난 8월 기준 실업률은 3.8%로 OECD 회원국 중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욕실·화장실·부엌이 아예 없거나 다른 가구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등 최저주거기준을 미달하는 환경에 노출된 청년들의 '주거빈곤'은 상황이 보다 심각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국회의원이 한국도시연구소에 연구를 의뢰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및 주거빈곤 가구 실태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저주거기준 미달 청년 가구는 전체의 11.3%를 차지한다. 10가구 중 1가구가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
빈곤 문제 해결에 대해 임병우 성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를 만들고, 주택을 짓고 임대로 공급하는 등의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은 한계가 있다"며 "근본적 빈곤 해결을 위해선 민간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하는 등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