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디지털산업진흥원의 A원장이 직원들에게 특정 정당의 당원 가입을 받아오라고 지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A원장은 지난 8월 직원들 여러 명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자유한국당 입당원서를 받아오라고 지시했으며, 지시를 받은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와 무관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A원장의 압력 때문에 지인들에게 자유한국당 당원 가입을 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A원장이 당원 가입을 유도한 시기는 자유한국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당원 배가운동'을 진행한 시기와 일치한다. 당원 확보는 각종 선거를 위한 초석으로, 당내 여론조사와 후보 경선 등 공천 과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다. 따라서 A원장이 직원들에게 한 지시는 직간접적으로 내년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A원장은 직원들에게 당원 가입 할당 지시를 내린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진흥원 내 직원들에게 일종의 미션을 주고 역량을 테스트 해보기 위한 것이었을 뿐 지방선거 등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참으로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A 원장은 정찬민 용인시장의 측근으로 두 차례나 용인시의원을 지낸 바 있다. 직원들의 역량 테스트를 하려면 업무와 관련된 일을 시켜야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본연의 임무와 무관한 정치적 행위를 시킨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납득될 수 없는 부당행위다. 이에 대해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직원들이 A 원장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입당원서 등을 권유했다면 정당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경기도당도 선거법과 정당법 등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우리는 얼마 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8대 대통령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법정 구속되는 장면을 생생하게 지켜본 바 있다. 그런데 지역에서는 이런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관권을 이용해 정치 편향적인 행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관위는 이번 사안에 대해 엄밀히 조사해서 관련법의 저촉이 있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A원장 개인의 일탈 행위였는지 아니면 그 이상의 몸통이 있는 것인지 철저히 조사해 시민들에게 공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