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골목' 유명 제일시장에
남구 '14층 오피스텔' 허가
출입로 중복문제 고려 안해
상인 반발에 "합법적" 해명
'곱창 골목'으로 잘 알려진 남구 제일시장 출입구가 신축 오피스텔의 주차장 진출입로로 설계되면서 상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구는 건축허가 과정에서 주차장 진출입로와 시장 입구가 겹치는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지난 19일 오후 1시께 남구 도화동 제일시장. 큰 길가에 아치형으로 놓여있던 '제일시장' 간판이 사라진 채 왼쪽 옆으로 신축 오피스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8월 착공해 내년 5월에 준공될 이 오피스텔은 지하 1층 지상 14층 규모로 지어지며, 120대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규모의 주차장이 조성될 예정이다.
문제는 주차장 진출입로다. 구에 따르면 설계 도면상 오피스텔의 주차장 진출입로는 두 곳인데, 기계식주차장이 운영되는 한 쪽 주차 진출입로가 왕복 6차로 도로에 맞닿아 있는 한편 지하주차장 24면의 진출입로는 본래 시장 간판이 있던 출입구로부터 10여m 들어간 곳에 계획돼 있다.
바로 앞 점포들은 길게는 40년 짧게는 20년 동안 채소가게, 떡가게, 반찬가게로 운영되고 있다. 도로 폭 역시 6m밖에 안 돼 사람이 몰리면 번잡하기까지 하다. 상인들은 "오피스텔 주차장 진출입로가 사실상 시장을 이용하는 시민의 발걸음을 줄이고 안전에도 위협을 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오피스텔 바로 옆에 위치한 채소가게에서 30년 가까이 일한 김윤섭(68·여)씨는 "식재료를 파는 상인이 대부분이라 먼지피해가 염려되는 데다 고객들도 자연스럽게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인근에 큰 상가가 생긴다고 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고 여름에 공사 먼지와 소음을 참아 왔는데 날벼락 같은 소식"이라고 토로했다.
해당 오피스텔은 연면적 1만1천966㎡로, 건축법상 건물에 인접한 도로 폭 6m를 충족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시장 진입로는 보행자가 많은 데다 주 이용층이 노인이기 때문에 교통안전에는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폭 6m라고 해도 전통시장 도로의 경우 좁고 번잡해 사람이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며 손수레를 끄는 상인들이 있는 경우 사고의 위험이 더 클 수 있다"며 "차들이 오가면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게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구가 안전상 문제로 시장의 상징이었던 '제일시장' 간판까지 '철거'하자 지난 18일부터 구에 항의하기 시작했다.
구 관계자는 "오피스텔 허가를 내면서 시장 입구냐 아니냐는 별개의 문제였고, 시장 상인들이 지금은 좌판을 깔아 놓았지만, 법적으로 도로이기 때문에 허가상 문제가 없었다"며 "다만 건축주와 설계사, 상인들과 상의해 서로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