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서 일가족이 피살당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1일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여성과 그의 14살 아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8시경에 남편이 강원도 평창군의 한 졸음쉼터에서 각각 살해된 것이다. 경찰은 범죄용의자로 피살된 여성이 전 남편과 사이에 낳은 장남 김모(32)씨를 특정했다. 김씨는 범행 2일째인 23일 오후에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출국했다. 뉴질랜드 이민국은 김씨가 뉴질랜드 영주권자임을 확인해 주었다.
수사당국은 이 사건이 매우 계획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범인은 친모와 계부(繼父)를 살해한 후 그들의 핸드폰을 소지하고 피해자 지인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에 임기응변으로 대처해 도피할 시간을 번 것이다. 범인의 부인도 최소한 그의 범죄를 도왔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문제는 왜 3명 가족의 목숨을 한꺼번에 그리고 잔인하게 앗아갔느냐 하는 점이다. 범인은 부인과 젖먹이 두 딸을 거느린 가장임에도 직업도 없이 재혼한 생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가족을 상대로 한 존속범죄가 크게 늘고 있다. 경찰청의 '존속범죄 현황'자료에 따르면 존속범죄는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총 7천582건이 발생했는데 해마다 꾸준하게 증가해 지난해에는 무려 2천235건으로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존속범죄 중에서 존속폭행이 65%를 차지했으며 존속살해도 252건(3.3%)을 기록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서구와 비교해 무려 4~5배나 높다. 형법상 존속살해죄는 보통 살인죄보다 엄하게 처벌하고 있지만 별무성과이다. 가장 안전하다고 간주되는 가정에서 강력범죄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효도가 만행(萬行)의 근본이란 맹자의 가르침이 퇴색한지 오래이다. 가족공동체는 빠르게 해체되는데 이를 대신할 사회적 장치가 만들어지지 못한 것이 반인륜범죄를 양산하는 주원인이다. 경기침체로 결혼이나 취업 등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 세대가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사례의 점증도 간과할 수 없으나 결론은 물질만능주의가 낳은 비극이다. 빠른 고령화는 설상가상이다. 가정불화를 제대로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위해 팔을 걷어붙여야 할 것이다.
[사설]급증하는 패륜범죄 사회적 대처가 요구된다
입력 2017-10-29 22:15
수정 2017-10-2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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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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