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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그룹은 경영비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이 30일 결심 공판에서 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받자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유남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 회장 등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10년과 벌금 1천억원의 중형을 구형했다.

그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는 징역 5년,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는 징역 7년,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에게는 징역 7년이 각각 구형됐다.

이날 재판에 나오지 않은 신 총괄회장에 대해서는 별도 기일을 잡아 결심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재벌 일가족에 대해 이처럼 한꺼번에 중형이 구형된 것은 드문 일이다.

신 회장에 대한 징역 10년의 구형량은 롯데 안팎의 기대나 예상을 뛰어넘는 중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롯데와 신 회장의 변호인단은 검찰이 신 회장에게 적용한 횡령과 배임 혐의에 대해 줄곧 "당시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결정권을 갖고 있었고 신 회장은 이를 거역하지 못해 소극적으로 이행했을 뿐"이란 논리로 집행유예 정도의 처벌이 적당하다는 논리를 펴왔다.

하지만 국내 1위 법무법인 김앤장이 진두지휘하는 호화 변호인단의 필사적 변론에도 신 회장에게 징역 10년의 중형이 구형되자 롯데는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롯데 관계자는 "재판부의 선고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향후 재판을 지켜보겠다"는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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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 측 변호인은 "과거의 가족중심 경영이나 경영 불투명성을 해소하고자 노력해온 당사자에게 오히려 그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강변했다.

12월로 예상되는 1심 선고 결과가 변수이긴 하지만 만약 신 회장이 실형을 받을 경우 최근 지주회사 체제 출범으로 투명경영을 기치로 내건 '뉴 롯데'의 앞날에도 암운이 드리울 전망이다.

당장 신 회장이 경영권을 상실하지는 않을지라도 롯데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인수·합병(M&A)이나 동남아 시장 진출, 호텔롯데 상장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과거 법원이 재벌 총수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는 비판을 받던 시절 일종의 공식처럼 적용되던 형량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신 회장에 대한 중형 구형은 최근 사회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대한항공 조양호, SK 최태원, 두산 박용만, 현대차 정몽구, 삼성 이건희 등 많은 재벌 총수들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바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이 받은 징역 10년의 구형량은 국민 정서상으로나 법리적으로나 1심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하기가 쉽지 않은 형량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 총수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이처럼 높은 형량이 구형됐던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충격적인 형량"이라며 "1심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총수일가에 508억원의 '공짜 급여'를 주게 하고,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 운영권을 헐값에 넘겨 롯데쇼핑에 774억원의 손해를, 부실화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를 동원하는 등으로 471억원의 손해를 각각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신 총괄회장은 공짜 급여에 따른 횡령과 함께 858억원의 조세포탈,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탈세와 배임 혐의를 받는다.

또 롯데시네마 매점에 778억원의 수익을 몰아주도록 하고, 비상장 주식을 계열사에 고가로 넘겨 94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도 포함됐다.

신 전 부회장은 391억원의 공짜 급여를 받아간 혐의를, 신 이사장과 서 씨 등은 조세포탈 및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임대 공모 등의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신 회장은 이날 결심 공판이 열린 경영비리 혐의 외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