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혈흔 분석 비약적 발전
DNA만으로 나이·얼굴 추론
미제 994건 재수사 177명 잡혀
2014년후 살인 검거율 100%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범인이 무심히 스치고 만진 모든 것이 흔적으로 남아 증거가 될 수 있다. 흔적 없는 범행현장 역시 범인이 흔적을 없앤 증거라는 게 과학수사 경찰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지문 및 혈흔, DNA 분석력 등 과학수사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완전범죄'는 이제 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말이 됐다.
2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6년 전 용인의 단독주택에 침입해 대학교수 부인을 살해하고 달아난 50대가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지난해 붙잡혔다.
미제사건으로 분류돼 영원히 묻히는 듯했던 '용인 교수부인 살인사건'은 살인사건 공소시효 폐지로 인한 경찰의 재수사로 잔인한 범인의 범죄행각을 밝힐 수 있었다.
지난 2007년 수원 매탄동 '카페 여주인 살인사건'도 미제로 남는 듯했으나 담배꽁초와 소량의 피가 묻은 휴지 조각으로 10년 만에 범인을 특정, 결국 재판대에 세웠다.
지난해 5월에는 경찰의 과학 수사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안산 대부도에서 토막난 성인 남성 상반신과 하반신이 각각 발견된 것.
시신의 손가락이 물에 불어 지문 확인이 어려웠으나, 경찰은 손가락 표피를 벗겨낸 뒤 속 지문을 채취해 약품 처리한 뒤 복구하는 방식으로 피해자의 신원을 밝혀냈다. 이후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후배 조모(32)씨를 검거했다.
4일 제69주년 과학수사의 날을 맞는 가운데, DNA만으로도 범인의 나이를 추정하고 얼굴 생김새나 범행 방식을 추론하는 등 과학수사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또 이는 실제 검거율로 직결되고 있다.
실제 경기남부청의 경우 살인·강도·성폭력·절도·폭력 등 5대 강력 범죄 검거율은 지난 2014년 72.0%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85.4%까지 증가했다. 특히 2014년 이후 살인사건 검거율은 100%다.
미제로 분류됐던 사건도 과학 기술을 통한 재수사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3월부터 6개월 동안 미제사건 994건의 지문을 검색해 482건의 용의자 신원을 확인하고 이 가운데 154건, 177명의 피의자를 붙잡았다.
앞으로는 표준 음성 DB 기술도 과학수사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유형별 목소리의 객관성이 확보되면 보이스피싱이나 유괴, 테러 등과 같은 얼굴 없는 범죄의 용의자 추정에 상당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도 치밀해지고 있지만 수사기법은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검거율 100%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