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이은 포항 지진의 여파로 집이나 회사 건물은 강진에도 안전한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천만 인구가 거주하는 서울의 경우 건축물 10개 중 7개에만 내진 설계가 돼 있는 상황이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으로 내진 설계 대상 건물 30만1천104개 중 내진성능을 확보한 건물은 29.4%인 8만8천473개에 불과하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절반에 가까운 45.9%가 내진성능을 확보했으나 단독주택은 내진성능 확보율이 14.5% 수준이다.

비주거용건물의 경우 업무시설의 내진성능 확보율이 63.0%로 가장 높고, 슈퍼마켓·제과점·휴게음식점 등 제1종생활근린시설이 8.7%로 가장 낮다. 학교를 포함한 교육연구시설의 내진성능 확보율은 33.5%이다.

내가 사는 집과 업무를 보는 회사가 내진성능을 확보한 30% 안에 들어가는지는 서울시의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goodhousing.eseoul.go.kr/SeoulEqk/index.jsp) 홈페이지에서 간편히 확인해볼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2년 요청해 단국대와 서울시가 함께 구축한 시스템이다.

내진성능 자가점검 때 가장 먼저 입력해야 하는 것은 건물 허가 연도다. 같은 조건의 건물이라도 건축물의 허가 일자에 따라 내진 규제 적용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내 내진 설계는 1988년 6층 이상, 연면적 10만㎡ 이상 건축물에 대해 처음으로 의무화됐다. 그 후 해를 거듭할수록 강화돼 2000년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건물이 대상에 포함되고 2005년에는 3층 이상, 연면적 1천㎡ 이상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올해 2월부터는 2층 이상, 면적 500㎡로 내진 설계 의무 기준이 대폭 강화됐다. 이를 통해 사실상 모든 건물에 내진 설계가 의무화된 셈이다.

홈페이지에서 건물 허가 일자, 층수와 함께 건물 용도(단독주택·공동주택·판매시설 등)와 연면적을 입력하면 정확한 주소가 없어도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1996년에 지어진 18층 아파트의 경우(총 연면적 5천㎡ 이상∼1만㎡ 미만) 내진 설계 적용대상 건물이므로 "허가 당시 건축법 및 구조설계 기준에 따라 건설됐다면 내진 설계가 돼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반면 1988년 지어진 3층 다가구주택은 "국내에 내진 설계가 도입되기 전에 허가돼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건축물로 판단된다"는 결과가 뜬다.

정확한 주소를 입력해 자가점검을 해 볼 수도 있다.

철근콘크리트, 조적조, 철골 등 건물 구조와 증축 여부를 선택하면 내진 설계 여부가 나온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만든 '우리 집 내진 설계 간편조회 시범서비스' 홈페이지(www.aurum.re.kr/KoreaEqk/SelfChkStart)에선 서울을 포함한 전국 건물의 내진 설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건축물이 내진 설계 의무대상에 들어간다고 해도 내진이 제대로 돼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포항 지진 때 드러난 것처럼 1층에 기둥보만 세워 주차장으로 쓰고 2층 이상은 주택으로 쓰는 필로티 구조 건축물은 내진 설계 범위의 지진에도 취약할 수 있다.

서울시의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 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박태원 단국대 교수는 "3층까지 상가로 사용하고 그 위에 벽식 주택을 얹은 고층 필로티형 건물이 신도시를 중심으로 많이 생겼는데, 이 건물들은 지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필로티 건축물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