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일정이 대폭 단축되고 한국과 일본이 방문 대상국에서 빠진 것은 급속도로 고조되고 있는 전운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이 특수부대와 폭격기, 전투기, 항공모함 등 걸프전 이래 최대의 화력을 전진 배치하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포위 형국을 취한 상황에서 최고 사령관인 대통령이 워싱턴을 오래 비울 수 없다는 것은 전쟁의 기본 상식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정치·군사 분석가들은 25일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계획 변경 발표는 이보다 몇 시간 앞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전쟁이 개시되면 의료 지원과 난민 원조 및 보급품 수송 지원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日郞) 일본 총리의 지지 발언을 이끌어냈으므로 굳이 도쿄(東京)에서 또 만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 방문을 생략하고 대신 오는 10월20~21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회동한다면 워싱턴을 비우는 시간이 당초 예정했던 열흘에서 사흘 정도로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부시 대통령은 건국 이래 처음으로 지난 11일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과 워싱턴이 난타당한 후 전세계적 테러 전쟁을 선언하고 효과적인 전쟁 수행에 필수적인 국제연대를 구축하기 위해 거의 매일 각국 정상과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놀란 국민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경기에 테러의 타격까지 겹친 경제의 회생 처방을 모색하는 것도 생략할 수 없는 과제임은 물론이다.
대규모 병력을 아프간 인근에 속속 집결시키고 있는 미국은 국제 연대가 마무리되고 수사 결과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오사마 빈 라덴이 뉴욕-워싱턴 테러 주모자라는 확증만 나오면 곧바로 융단 폭격에 이어 특수부대를 투입하고 빈 라덴과 그의 조직인 알 카에다의 섬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격 명령은 오로지 부시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 있지만 전쟁 지지 여론이 90%나 되는 상황에서 마냥 공격을 미루는 것은 정치적 묘혈 파기에 다름 아니라는 게 정치분석가들의 중론이다.
아울러 11월에는 폭설이 퍼붓는 겨울과 함께 이슬람 최대의 종교 행사인 라마단(금식월)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다음달 중순이면 이미 전투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으며 부시 대통령의 순방 일정이 대폭 조정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정책 공조를 둘러싸고 양국의 불협화음이 불거졌으나 지난 6월6일 부시 대통령의 대북 협상 재개 방침 발표로 사실상 가라앉은 상태로 이번에 상하이에서 두 지도자가 만나면 이를 확인하는 상징적인 수순에 지나지않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