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등에 업고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광고 감독 차은택씨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1월 27일 재판에 넘겨진 이래 360일 만이다. 문화계는 물론 온 나라를 뒤흔든 국정농단 세력의 공범에게 내려진 처벌치고는 의외로 가볍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포스코 계열 광고사인 '포레카'의 지분 강탈시도(강요미수) 등 기업 운영과 관련된 직권 남용 등에 관한 위법행위에 관한 것이다.
차은택이 저지른 범죄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예술 산하기관을 장악해 각종 사업을 파행에 이르도록 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외삼촌 김상률을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대학 은사인 김종덕을 문광부 장관으로, 김종을 문광부 제2차관으로, 김세훈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으로 앉히는 등 문광부와 산하기관의 인사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유진룡(전 장관)을 비롯한 다수의 문광부 공무원들은 해임되거나 전보조치 당했다. 차은택은 나중에는 미르재단의 이사장과 문화융성위원회의 임원들도 자신의 연고자들이 임명되도록 영향을 행사했다.
인사전횡과 같은 비리들은 대부분 처벌하기 어렵다. 국정농단 세력들이 저지른 범죄 행위들을 기계적으로 분리하면 현행법상 위법이 아니거나 가벼운 처벌로 끝날 사건들도 적지 않다. 문제는 차은택의 황태자 놀음이 자작극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부의 장관과 차관은 물론 주요 간부들의 협력이나 방조 아래 저질러진 행위였다는 점이다. 문광부가 박근혜 정권 내내 강조한 국정과제 '문화융성'이라는 슬로건은 '문화계 황태자'와 그 공범자들이 문화행정 농단을 호도하는 가림막에 불과했다.
문화예술인들의 정치적 성향을 기준으로 차별하고 우대하는 명단을 작성하는 불법행위의 온상이었던 점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또 정부에 대한 입장이나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문화예술인과 예술활동을 차별하고 억압한 블랙리스트 사건을 막지 못했다. 문광부가 책임있는 정부기관이라면 현재 법정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정농단 재판과 별도로 몇몇 인물에 의해 국가 기관의 행정이 파탄으로 치달아간 과정을 기록하고 그 원인과 재발방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사설]문화계 황태자 처벌 계기로 문광부 혁신해야
입력 2017-11-22 20:19
수정 2017-11-2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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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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