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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지진으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경북 포항시 북구의 포항여고를 방문,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과 대화를 마치고 손으로 하트를 보이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강진 발생 9일 만인 24일 경북 포항을 방문해 전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과 포항여고를 찾았다.

문 대통령이 온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던 교사와 학생들은 문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자 손뼉을 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문 대통령은 차에서 내려 최규일 교장, 엄기복 교감과 함께 학교 곳곳을 둘러보며 건물 안으로 향했다.

최 교장은 이번 지진으로 일부 건물에 균열이 생겼고 학교 뒷산도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건물을 둘러본 뒤 원래 있던 교실에 피해가 생겨 다른 교실에 머무르고 있는 3학년 9반·10반 학생들을 만났다.

문 대통령은 수능을 마치고 홀가분한 기분의 학생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어제 수능은 잘 치렀어요?"라고 묻고 "워낙 중요한 시험이고 긴장되니까 평소 실력보다 못 치는 게 정상"이라는 농담으로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대피생활도 하고 여진 때문에 제대로 공부도 못했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역경이 더 좋은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이 자신의 변호사 시절 동료였던 김외숙 법제처장이 포항여고 출신이라는 점을 소개하자 학생들은 환호했고 분위기는 더 화기애애해졌다.

"수능 연기 결정이 어땠어요?"라는 문 대통령의 물음에 학생들은 입을 모아 "좋았어요"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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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피해 현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포항여고에서 학생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학생은 "지진이 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저녁 7시 정도여서 불안감이 컸는데 수능이 연기됐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선생님이 "수능을 정상적으로 치른다는 소식에 가슴이 아파 다른 일을 못 했는데 수능이 연기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장 상황에 귀를 기울여주신 데 감동했다"고 이야기할 때는 일부 학생들이 울먹이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지진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큰 걱정이 수능이었다"면서 "전체 수험생의 1%도 안 되지만 포항 학생들을 위한 공정함 이런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연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경주지진 당시 경남 양산에 있는 집에 금이 갔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그 불안했던 마음들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잘 느끼고 있다"는 말로 학생들을 위로했다.

학교의 한 직원이 '대학 가기 전 꼭 해봤으면 좋겠다는 것을 말씀해달라'고 부탁하자 문 대통령은 여행과 독서를 꼽았다.

문 대통령은 "'입시, 입시' 하느라 어디 가보지도 못했을 텐데 굳이 해외여행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국내에 가보고 싶은 곳을 리스트로 만들어 다녀보면 좋겠다"며 "외국에 나가는 것은 우리 집이 최고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나그네'라는 단어로 학교 측이 준비한 삼행시를 읽을 때는 교실에 박장대소가 터졌다.

학생들이 '나'와 '그'를 이용해 각각 운을 띄우자 문 대통령은 "나는 그대들을 사랑합니다. 그대들도 나를 사랑합니까"라고 읽어 내려갔고 학생들은 마지막에 '네'라고 말하며 웃었다.

대화가 끝나고 문 대통령은 단체 기념사진을 찍자고 제안했고 문 대통령과 학생들은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사진을 찍었다.

사진 촬영 후 교사와 학생들은 문 대통령에게 사인을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