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구의 평균 부채가 올해 처음으로 7천만원을 넘어섰다.

실질소득은 감소하는데 빚만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체감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가계신용은 1천419조1천억원이었다.

통계청의 올해 가구 추계(1천952만 가구)를 고려하면 가구당 7천269만원씩 부채를 짊어진 셈이다.

가구당 부채가 7천만원을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말 6천962만원이었던 가구당 부채는 올해 1분기 6천961만원으로 소폭 줄었다.

그러나 2분기 7천109만원으로 처음으로 7천만원대를 찍은 뒤 3분기에 더 늘어났다.

가구당 부채는 수년간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 2015∼2016년 속도가 붙었다.

2014년 5천802만원이던 가구당 부채는 2015년(6천328만원) 6천만원대에 올라섰고, 지난해(6천962만원)에는 7천만원에 육박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로 봐도 2012∼2014년에는 3∼4%대였지만 2015년에는 9.1%, 2016년엔 10.0%로 껑충 뛰어올랐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2014년 9월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한 여파로 2015∼2016년 가계부채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가계신용은 2015년 10.9%, 2016년 11.6%라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가구당 부채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3천76만원)과 비교하면 약 15년 만에 2.4배로 불어난 수준이다.

이는 통계청이 전국 2만 가구를 표본으로 조사해 매년 말 발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와도 유사하다.

가계금융복지조사상 가구당 부채는 첫 조사였던 2012년 5천450만원에서 매년 늘어 지난해에는 6천655만원까지 증가했다.

이런 증가세가 유지됐다면 올해 7천만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늘어나는 가계 빚과 달리 소득은 정체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월평균 명목 가구소득은 453만7천원으로 1년 전보다 2.1%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월평균 439만2천원으로 1년 전보다 0.2% 감소했다.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면 실제로 가구가 손에 쥐는 돈은 줄었다는 의미다.

실질소득은 2015년 4분기 이후 쭉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가계 빚 증가세, 실질소득 감소는 체감 경기 부진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최근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살아나며 3년 만에 연간 경제성장률 3% 달성 가능성이 커졌지만, 체감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모습이다.

경제 주요 축인 가계가 지갑을 열지 않으면 소비가 부진해지고 이는 다시 기업 생산과 투자 감소로 연결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건설투자가 꺾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수 쪽에 믿을 만한 부분은 민간소비뿐"이라며 "그러나 빚은 늘고 소득은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내수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