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을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나치게 오래 붙잡고 있지 못하도록 하는 국회 선진화법 조항을 활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최근 법사위가 120일 이상 심사를 유보할 경우 본회의에 바로 상정할 수 있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라고 당부하면서다.

특히 '제1호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됐던 사회적 참사법(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법사위 계류 기간을 최소화하는 구체적인 움직임까지 나오면서 이번 20대 국회는 '식물국회'라고 비판받던 과거와 달리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24일 본회의는 이제까지와 달라진 법안 처리방식이 동시에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선 상임위에서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이 처음 통과됐다"며 "또 막판에 원내대표 간 합의 실패로 보류되긴 했지만,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 취득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이 본회의 직전까지 논의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무사법 개정안의 경우 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86조 3항을 이용해 상정을 시도하려 했던 사례에 속한다. 이 조항은 '법사위가 이유 없이 법안이 회부된 날부터 12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해당 법안의 소관 상임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해 의장에게 법안의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30일 이후에 본회의에 상정하게 돼 있다.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의 경우 자유한국당에서 반대한 만큼 다음 달 24일 이후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앞으로도 이처럼 법사위에 장기 계류된 법안들을 본회의에 바로 상정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실제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최근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법사위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를 본회의에 상정해 달라고 정 의장 측에 요청했다.

국회 관계자는 "법사위에 120일 이상 계류된 법안은 35건"이라며 "세무사법 개정안, 동학농민혁명 특별법 개정안 등의 사례처럼 나머지 33개 법안에 대해서도 언제든 상임위가 빠른 처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런 처리방식이 자리를 잡을 경우 법안 처리를 빨리하도록 법사위를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세무사법 개정안의 경우에도 내달 24일이 되기 전에 법사위가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법사위원들로서는 법사위를 '패스'하는 선례를 남기기 싫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 측에서는 이 제도가 신속한 법안 처리를 위한 것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 권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정 의장 측 관계자는 "일하는 국회, 법안을 처리하고 민생을 챙기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정 의장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