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 앞서 신건 국정원장(왼쪽 두번째)이 정보위 소속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 역시 본연의 기능인 행정부 감시, 견제 기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초반 미국 테러참사 사태로 국감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분위기가 느슨해진데다 '이용호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이를 둘러싼 공방에만 치중, 국정 전반에 걸쳐 정책오류를 파헤쳐 시정을 유도하는 국감 본연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용호 게이트'를 권력형 비리의혹 사건으로 규정, 법사 행자 재경정보위 등 관련 상임위를 총동원해 대여공세에 치중했으며, 이에 따라 다른 국정의 주요현안은 제대로 걸러지지 못했다. 또한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 않은채 막연한 소문 등을 토대로 의혹설을 제기하는가 하면 배후 실세로 여권인사들을 지목, 면책특권을 악용하고 있다는 반발을 사는 등 구태가 되풀이 되기도 했다.
특히 '이용호 게이트'가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정치권 인사는 물론 검·경, 국정원, 금감원, 국세청 등 주요 권력기관 인사의 연루설이 난무하는 등 국감장은 마치 '비리폭로' 무대를 방불케 했다.
'김형윤 게이트', '여운환 게이트' 등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의혹이 확대 재생산 됐으나 정작 구체적인 물증 제시가 없어 진상규명은 결국 특검 수사로 넘어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여당도 노량진 수산시장 인수 외압설과 '북풍(北風)' 사건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는 바람에 국감이 각종 의혹을 둘러싼 여야간 끝없는 공방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야당의원들에게 협박 편지가 전달되거나 전화가 걸려오는 사태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대립은 짧게는 '10·25 재·보선', 길게는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간 기선제압을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국감에 임하는데서 비롯됐다는 게 국회 주변의 관측이다.
국감이 '이용호 게이트'로 얼룩지면서 논란이 예상됐던 언론사 세무조사, 인천공항 특혜의혹, 공적자금, 건강보험 재정, 무영장 계좌 추적, 도·감청 등 주요 쟁점이 제대로 검증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또 국세청장 재직당시 언론 세무조사를 진두지휘했던 안정남(安正男) 건교장관이 부동산투기 등 각종 의혹설에 휘말리는 등 집중표적이 돼 세무조사에 대한 '괘씸죄'가 작용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번 국감에선 'DJP 공동정권' 붕괴에 따른 한나라당과 자민련간 이른바 '한-자공조'가 두드러진 것도 특징이다. 재경위의 언론사 세무조사 관련 증인채택, 과기정위의 '감청대장' 검증 논란 등에서 수적우위를 바탕으로 2야가 표결을 밀어붙임에 따라 여당은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함께 이번 국감기간에도 과거와 같은 추태가 적잖이 표출돼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정무위 국감도중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의원 등이 피감기관인 공정거래위 고위 간부들과 술자리를 가져 물의를 빚었고, 모 의원의 경우 피감기관이 작성해준 질의서를 갖고 질의해 눈총을 받기도 했다. 또 노량진 수산시장 인수 외압설을 비롯, 의원들이 자신과 지역구의 이익을 위해 피감기관을 압박한다는 의혹도 상당수 제기됐다. 의원들의 잦은 이석과 형식적 질의·응답, 중복 질의 등도 여전했다는 평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