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에 있던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이 확정됐다. 지난 1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내년 하반기 시행을 전제로 "투자기업들의 가치를 제고해 기금의 장기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을 비롯한 자산운용사 등이 주식지분을 확보한 기업들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려는 자율지침이다. 2008년 금융위기의 배후요인이 기관투자가들의 투자기업에 대한 견제 소홀 때문이었다는 자성(自省)과 함께 영국에서 처음 도입했고 지금은 미국, 캐나다, 일본 등 20여 선진국에서 시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후폭풍을 계기로 작년 12월에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작업에 착수했다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오너리스크에 따른 주주권 보호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다시 주목된 것이다.

그 중심에 국민연금이 있다. 국민연금의 운용액은 9월말 기준 602조원인데 이중 127조원을 삼성전자(9.71%), SK하이닉스(10.37%), 현대차(8.12%) 등 국내 대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주식지분을 보유한 국내 기업 수만 278곳에 이른다. 아직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기업 수가 30여 곳에 불과하나 앞으로는 국민연금 위탁 자산운용사들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으로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일본은 2014년에 도입했으나 지지부진하다 2015년 세계최대 공적연금인 GPIF의 참여를 계기로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착됐다.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는 한국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였다. 소극적 배당과 오너리스크 등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및 외국인투자 확대도 기대된다. 조명현 기업지배구조원장은 '거수기 주총'이 아닌 '진짜 주총'이 될 것을 장담하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한국 자본시장 발전에 중요한 획을 그을 사건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신관치금융이라며 목청을 높이고, 재계는 '연금사회주의'라며 한술 더 뜬다. 주주자본주의와 경영자본주의 간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