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량 많고 기간 길수록 빈도높아
조기 발견 쉽고 수술 비교적 간단
50대 이상 혈뇨땐 진단검사 '필수'
인공방광 조성술로 '수치심' 해방
방광암은 한국 남성의 10대 암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남성 주요 암종 발생자수'(2014년 기준)에 따르면 방광암은 한국 남성 발암 환자 중 8번째로 많은 암 질환이다. 5년 생존율(2010~2014년)이 77.5%로 같은 기간 남성 암 환자의 생존율(62.2%)보다 높다. 조기 발견이 쉽고, 수술도 비교적 간단하다.
방광암의 원인은 흡연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에 포함된 발암 물질이 신장을 통해 걸러져 소변으로 나오는데, 이 과정에서 방광벽을 자극해 암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과 연세대학교가 1992~1995년 공단 일반 검진을 받은 130만 명을 2011년 12월까지 추적 조사한 결과 남성 방광암 환자 10명 중 4명(38.6%)이 흡연으로 인해 발병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연구에서 비흡연자 대비 흡연자의 방광암 발생 위험도는 1.9~2.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현장에서는 간접흡연 등까지 포함하면 방광암의 위험도가 최대 10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흡연 기간이 길고 흡연량이 많을수록 방광암의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방광암의 전형적 증상은 혈뇨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의 원인은 방광뿐 아니라 콩팥, 요관, 전립선, 요도 등의 기관 이상이다. 심한 운동을 하거나 외상이 있을 때 혈뇨가 발생하기도 한다. 혈뇨가 보일 때 소변 검사를 하는 게 좋다.
특히 소변 색이 붉거나 검붉은색을 띠면 즉시 병원을 찾아가 방광암 진단 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 50대 이상 연령대에서 발생하는 혈뇨의 40%가 방광암이라는 분석도 있다. 육안으로 보는 소변색이 정상이어도 현미경으로 검사하면 적혈구 3~5개 이상이 나오는 미세혈뇨가 있다.
미세혈뇨는 자각증상이 없지만, 이것을 방치하면 병이 깊어질 수 있으니 1년에 한 차례 정기적으로 소변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혈뇨 증상으로 병원에 가면 소변 검사와 함께 신장 초음파, 복부 CT 검사로 원인을 찾는다. 결석이 원인이라면 체외충격파, 요관경으로 치료하고, 신장·요관·전립선에 암이 있으면 적출술로 제거한다.
고령자의 경우 혈뇨가 있고 다른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방광암일 가능성이 크다. 이 때 종양표지자 검사, 방광 내시경 검사 등 정밀검사를 받아 진단해야 한다.
방광암은 내시경을 통해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 방광 종양이 근육으로 침범하지 않은 표제성이면 30분 정도 수술하면 치료된다. 암세포가 근육층에 침범했다면 방광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소변을 모으는 인공 방광을 만드는 '자연 배뇨형 인공방광조성술'이 있어 소변 주머니를 차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국내에서 처음 자연배뇨형 인공방광조성술을 도입한 박영요 한림병원 혈뇨방광암센터장은 "대부분 방광암 환자들은 소변 주머니를 차고 다녀야 할 것을 걱정하지만 자연 배뇨형 인공 방광 조성 수술을 받으면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며 "처음 국내에 도입할 당시 수술 시간만 10시간이었지만 지금은 5시간이면 수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영요 센터장은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이화의료원 기획조정실장, 이대목동병원 병원장을 거치며 비뇨기계 암 수술 3천례를 기록했고 현재 한림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