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없이 예산 증액 편성에
교육청 "선거용 정책" 반발
통과땐 대법원 제소도 불사

민주당 의원 "절차상 문제"
한국당은 "내년부터 시행"
시의회 내부서도 의견갈려


고등학교 무상급식 내년도 시행 여부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가 최근 인천시교육청 예산심의과정에서 인건비를 삭감하면서 예산안에 없던 고등학교 3학년 무상급식 예산을 증액하자, 시교육청은 "지방선거를 위한 즉흥적이고 단편적인 정책"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시의회 교육위원회 의원 다수는 고교 무상급식을 내년부터 일부라도 시행하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시교육청은 '재원대책' 없는 무상급식 예산이 의회를 통과하면 대법원 제소까지 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융수 시교육청 부교육감(교육감 권한대행)은 6일 '무상급식 논의에 대한 입장'을 내 "꼭 필요한 항목의 돈을 줄여서 급식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문제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집행기관이 아닌 의회가 새로운 지출 항목과 금액을 이렇게 처리하는 것도 문제"라며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시의회 교육위원회가 지난 5일 시교육청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인건비 40억원을 삭감하고 '무상급식비지원' 항목을 신설해 32억원을 증액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인천의 고교 무상급식은 정부의 무상급식 단계별 시행 계획에 앞서 유정복 인천시장이 '조기 시행'을 추진하면서 구체화됐다. 이번 예산심의를 앞두고 시와 시교육청은 무상급식 시행에 따른 예산 부담 비율을 협의했지만 결론을 못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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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교육청은 고교 무상급식 사업에 찬성하지만 당장 예산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고교 무상급식 방향에 이견이 없다"면서도 "재원 분담 비율을 현실적으로 해달라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표 참조

무상급식 논란은 표면적으로 시교육청과 시의회가 대립하는 양상이지만, 속사정을 보면 시의회 내부에서도 자유한국당과 민주당 의견이 엇갈린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내년부터 고등학교 일부라도 무상급식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시교육청과 합의를 도출한 뒤 무상급식을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소속의 한 시의원은 "무상급식을 원칙적으로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의회 심의는 절차적 과정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융수 교육감 권한대행은 7일 정창일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정창일 위원장은 "80~90%의 원칙을 지키면서 10~20%는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두 기관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진지하게 소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공개 토론회 등을 통해 교육청의 입장을 외부에 적극 알리고 있다. 박융수 교육감 권한대행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무상급식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박융수 교육감 권한대행은 "고교 전면 무상급식에 한 해 730억원이 필요한데, 인천시 요구대로 분담률을 적용하면 교육청이 43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며 "3학년만 한다고 해도 교육청이 150억원 정도를 써야 하는데 어디서 빼낼 예산이 없어 동의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재원 대책 없는 무상급식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부동의, 재의요구, 대법원 제소를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