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부터 신혼부부의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자를 지원한다. 신혼부부에게 특별공급하는 주택을 늘리고, 주택청약 때 가점을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서울시는 9일 저출산 위기 대응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 '이래가지고 살겠냐, 정책장터'를 열어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대출이자 지원을 포함한 저출산 대응 정책 10개를 발표했다.

서울시는 올해 4월부터 저출산 대응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정책 과제 20개를 만들었다. 이날 대토론회에 모인 시민 500여명이 이 중 내년부터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할 정책 10개를 전자투표로 뽑았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 결과 20개 정책 중 주거 관련 정책이 1∼2위와 9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주거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임신·출산, 육아, 일자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저출산 대응 정책을 준비한 서울시 공무원들도 주거 관련 정책의 1∼2위 '독식'에 놀란 모습이었다.

1위로 선정된 정책은 신혼부부의 주택 임차보증금 대출이자 지원이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서울에 거주하는 무주택 신혼부부의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자 지원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현재 전·월세 보증금의 30%(최대 4천500만 원)를 최장 6년간 무이자로 빌려주는 '보증금지원형 장기안심주택' 사업을 하고 있다.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액 70% 이하(2인 가구 기준 약 373만원)여야 신청할 수 있어 대부분이 맞벌이인 신혼부부들은 지원 대상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시는 지원 대상이 되는 월 소득 기준을 약 583만원(2인 가구 기준)으로 늘려 신혼부부의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자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2위는 신혼부부에 대한 주택 특별공급 확대와 주택청약 가점 부여가 차지했다.

서울시는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특별공급 비율을 확대하고 예비 신혼부부와 아직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에게도 주택청약 가점을 주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와 논의하기로 했다.

청년세대 맞춤형 주택매매·임차정보 안내 정책은 9위로 선정됐다.

청년들이 부동산 계약서 작성, 임차인의 권리 등 관련 정보를 잘 몰라 사기를 당하는 일을 막기 위한 정책이다.

서울시는 내년 하반기부터 대학과 연계한 주택매매·임차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열고, 가이드북도 만들 예정이다.

시민들이 뽑은 저출산 정책 3∼5위는 ▲ 육아휴직 활성화 참여기업을 대상으로 한 청년인턴 지원 ▲한 동(洞)에 한 개씩 열린 육아방 운영 ▲ 10대 미혼모 양육비용 지원이다.

서울시는 육아휴직 제도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기업이 청년인턴을 최대 16개월 고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육아휴직 대체 인력으로 청년인턴을 쓰라는 취지다.

대학·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서울시가 청년인턴의 급여를 지급하면 기업은 직무교육을 하게 된다. 대학들은 청년인턴으로 참여한 학생들의 학점을 인정해준다.

부모들이 아이를 함께 돌보며 정보를 공유하는 '우리동네 열린육아방'은 내년 중 32곳으로 확대하고 2020년까지 200곳으로 늘린다.

학업과 생계유지로 이중고를 겪는 10대 미혼모를 위해 내년부터 아이돌봄서비스 본인부담금을 전액 서울시가 내준다.

학교 수업이 끝난 아이들의 귀가를 도와주는 '초등학교 자녀 안심 등하교 서비스'도 도입한다. 국공립초등학교 208곳에 교통안전 지도사 427명을 배치한다.

유모차를 끄는 부모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지하철 역사 587곳의 엘리베이터·수유실 위치 정보 등을 담은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한다.

서울시는 또 공공기관 인증 우수기업, 서울형 생활임금보다 임금을 더 지급하는 기업, 정규직이 80% 이상인 중소기업을 '성 평등·가정친화 서울형 강소기업'으로 선정한다. 이들 기업이 청년 정규직을 새로 채용하면 1인당 1천만원(최대 2명까지 지원)의 고용지원금을 준다.

시는 아울러 내년부터 모든 출산가정에 출산축하용품(마더박스)을 주고, 신청 가정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산후조리서비스'를 2주간 지원한다.

다문화 출산가정에는 동일 국적의 산후도우미를 보내준다.

서울시 내 모든 어린이집에는 공기청정기 임차료·관리비를 지원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들의 투표로 결정된 10개 정책을 더 정교하게 만들고, 정책 대상을 확대해 시행하겠다"며 "이들 사업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기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시민들과 머리를 맞대 문제 해결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