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직후 주요 법안 처리를 위해 소집된 임시국회는 첫 날 개점 휴업 상태였다. 여야 의원들이 정기국회 동안 밀렸던 지역구 행사 등 개인 일정 탓이겠으나 여야 정당들의 당내 사정 때문도 적지 않은 변수다. 오늘 원내대표 선출이 예정되어 있는 자유한국당은 사실상 원내사령탑이 공석인 상태다.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둘러싸고 안철수 대표 측과 호남 중진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국당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공조로 통과된 예산안에 대해 퍼주기식 예산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또한 문재인 정권을 좌파 포퓰리즘 정권으로 인식하고 있어 민주당과의 협치 또한 난망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성태, 한선교, 홍문종 의원 모두 강한 야당과 대여강경투쟁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순항할지도 미지수다.

100일간의 정기국회 기간동안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통과 등 성과가 없지 않았으나 정쟁과 여야의 입장 차이로 정작 입법 성과는 초라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정권의 국정원과 군의 정치관여 등 헌정농단과 국기문란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이러한 적폐청산 작업은 한국사회가 보다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한 토양이 될 때 의미가 있다. 이는 민생을 돌보는 정책과 과거의 적폐가 가능했던 구조와 시스템을 바꾸는 제도 개혁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 여당은 국가정보원 개혁법 등의 통과를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규제프리존법의 처리에 무게를 두고 있어 접점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신임 원내대표가 선명성을 의식하여 정부 여당의 법안과 정책에 대해 더욱 강경하게 맞선다면 임시국회 역시 정쟁으로 얼룩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도 당내 갈등에 매몰되지 말고 개혁 입법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다당제의 제3당으로서 존재감을 살릴 좋은 기회다. 여당도 야당과 대화하고 소통함으로써 민생 쟁점 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번 임시국회는 미진한 민생입법과 개혁 입법을 위해 소집되었다는 사실을 여야는 잊어서는 안된다. 여야가 타협하고 소통한다면 생각이 다른 법안도 절충함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