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을 서두르지 않으면 일자리마저 잃을 수 있다는데, '울며 겨자 먹기'로 서명할 수밖에요"

용인의 한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제조(제빵)기사로 일하는 신모(23·여)씨는 본사가 직접고용의 대안으로 만든 3자 합작(본사·가맹점주·파견 협력사)회사인 '해피파트너즈'와 지난주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본사 주관의 카페·케이크 교육을 듣던 중 합작사로 소속을 서둘러 전환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근로계약 자체를 하지 못할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다급해졌기 때문이다.

마침 가맹점의 1/3에 달하는 1천여명의 점주들이 제조기사 대신 직접 빵을 굽겠다고 나서면서 제조기사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소문에 불안감이 극에 달했던 상황이었다.특히 12월에 근로계약을 체결한 제조기사에 한해서 이달부터 상승분의 임금을 소급적용한다고 종용한 것도 한몫했다.

실제 당시 교육을 듣던 제조기사 50여명 중 2명을 제외하고 모두 근로계약서에 서명했다.

14일 파리바게뜨 및 제빵업계에 따르면 '해피파트너즈'와 근로계약을 맺은 제조기사 수가 8일 만에 2천명을 넘어섰다. 직접고용 시정지시 대상 제조기사 5천309명 중 약 40%에 달하는 수치다.

임금 인상이라는 달콤한 제안과 더불어 고용불안이 겹치면서 협력사 소속의 제조기사들이 파리바게뜨 본사 직접고용을 기다리지 못하고 '해피파트너즈'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해피파트너즈' 측도 자체적으로 교육 등을 통해 제조기사들을 모아 임금 인상분을 13.1%에서 16.4%로 올리고, 5만원의 활동비도 지원하겠다며 소속 전환을 강력히 종용하고 있다.

업계는 기존 동의서를 작성한 3천700명 이상의 제조기사들이 소속을 합작사로 옮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 본사에 제조기사를 직접 고용하라고 내린 시정지시가 '헛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시정지시 미이행 등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해피파트너즈 관계자는 "제조기사와 상생을 위한 최선의 대안이라 확신하고, 성공적인 사례로 기록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