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을 두고 경찰과 검찰의 팽팽한 힘겨루기 속에 경찰이 여론을 '나침반' 삼아 굵직한 사건에 매달리면서 전시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 특정 사안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면 주먹구구식으로 '특별단속 기간'을 정하는 탓에 일선 경찰서는 혼란만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달부터 이달 말까지 '공공기관 인사·채용비리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 7월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사기' 특별단속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정권이 바뀐 후 '살충제 계란' 파동 당시 진행된 '친환경 인증시스템' 단속과 버스사고로 인명 사고가 잇따르자 기획된 '대형차량 교통사고 원인행위' 단속 등 10여 건의 특별단속이 이뤄졌다.
기본적으로 기획수사를 결정해 지방청·일선 경찰서에 하달하는 본청은 국민 불안을 키우는 사안에 한해 '특별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일선 경찰들은 현장 상황을 모르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경기도내 일선 경찰서 지능팀 수사관인 A 경장은 "공공기관 인사·채용비리와 같은 일선 경찰서에서 하기 어려운 수사를 진행해 실적을 내라는 지시로 인해, 실제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보이스피싱'과 같은 생활밀착형 범죄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도내 또 다른 경찰서의 B 수사과장은 "수사에 진전이 있을 만하면 국민적 관심이 있는 사건이라고 다른 수사 지시가 내려온다.
경찰청의 과욕으로 인해 밀도 있는 수사가 이뤄지지 못해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형국"이라고 밝혔다. 내실보다는 하달된 사안에 대한 실적 경쟁의 부작용만 불거질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일선 경찰들의 이러한 반응이 단순 업무 과중으로 인한 불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특별수사에 대한 실효성 의문도 제기된다.
실제 경찰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 열풍으로 관련 투자 사기가 잇따르자 이미 지난 7월 '가상화폐 투자사기' 특별단속 기간을 지정, 무기한 가상화폐 관련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관련 범죄가 계속되자 지난 13일 정부는 "검·경이 가상화폐 관련 범죄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경찰이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가상화폐 관련 특별수사의 의미가 무색해진 것.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사회적 공감대와 국민 불안 해소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특별수사 기간을 지정,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지방청과 일선 경찰서에 기획수사를 하달할 때 '지역 실정'에 맞게 진행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또한 무분별한 입건과 백화점 식 수사가 이뤄지지 않게끔 지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수사권 조정 '여론 띄우기'… 경찰수뇌 '특별단속' 올인
기획건수 올해 10여건 달해
일선 "생활범죄 수사 어려움"
채용비리 등 실효성도 의문
입력 2017-12-25 21:18
수정 2017-12-2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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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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