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22일 오전 이번 화재 희생자의 시신이 안치된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 내 유가족 대기실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소방인력이 초기에 2층 통유리창을 빨리 깨지 못해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유족 박모(47)씨는 "장모님에게 어제 오후 5시 20분께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씨는 이번 화재로 장모(80), 처형(49), 조카(19) 등 3명의 가족을 동시에 잃었다.
외지에 사는 박씨의 처형은 지난달 대입 수능을 마친 딸과 함께 어머니가 있는 친정 제천을 찾았다가 일가족이 숨지는 참변을 당했다.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삼대가 목욕탕을 찾은 게 화근이 됐다.
장모가 박씨에게 구조 전화를 했던 시간은 화재 신고가 접수된 시간이 오후 3시 53분인 점을 고려할 때 불길이 건물 전체로 번진 이후로 추정된다.
이번 참사로 아내를 잃은 윤모씨 역시 오후 4시 6분께 아내로부터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윤씨는 "아내가 전화기 넘어 다급한 목소리로 '살려달라'고 외쳤다"며 "그런데 연기 때문인지 콜록거리며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윤씨는 아내와 통화를 끝내고 급히 119에 신고를 했다.
119에 신고한 뒤 재차 아내에게 전화했지만 답이 없었다. 불과 5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김 장관은 "화재 발생 초기에 소방대가 빨리 유리창을 부수고 구조에 나서지 못한 원인을 규명하도록 하겠다"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께 제천시 하소동의 8층짜리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나 29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이는 2008년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40명 사망) 화재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화재 참사다.
소방·경찰 당국은 현재 추가 희생자가 없는지 인명 수색작업과 함께 정확한 화재원인 분석을 위한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