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정부 대북정책 결과 발표<YONHAP NO-2112>
김종수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이전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 등 대북정책 점검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정·경위 다른 절차로 규명돼야
정부발표 이틀전 '구두지시' 확인
통일부 "피해 많다" 지적 했지만
안보실장·외교안보수석 즉각동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일방적인 구두 지시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결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개성공단 전면 폐쇄가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초법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는 이날 박근혜 정부 당시 이뤄진 주요 대북·통일 정책 과정을 점검한 결과를 담은 '정책혁신 의견서'를 통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위와 같은 지시를 하게 된 과정과 경위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 부분은 다른 절차를 통해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혁신위는 "(지난해) 2월 10일 오전 10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는 것이 그간 정부의 공식입장이었다"며 "그러나 정부가 밝힌 날짜보다 이틀 전인 8일 개성공단을 철수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구두 지시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은 지난 2016년 2월 10일 전격 중단됐다. 당시 정부는 NSC 상임위원회를 통해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월 8일 오전 외교안보수석이 통일부 장관에게 대통령 지시 사안이라며 개성공단의 철수 방침을 통보했고, 그날 오후에는 국가안보실장 주재 회의로 통일부에서 마련한 철수대책안이 논의됐다.

2월 10일 NSC는 사실상 요식 행위였던 셈이다.

위원회는 이마저도 적법적 절차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NSC는 국무회의 심의에 앞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한 헌법상 기구로 NSC가 개성공단의 전면 중단을 결정할 법률상의 권한이 없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과정에서 국무회의 심의라는 공식 의사결정 과정도 없었고,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이뤄져야 한다(헌법 제82조)는 조항이 있는 데도 구두로만 지시가 이뤄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통일부는 갑작스럽게 개성공단 운영을 중단할 경우 피해가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국가안보실장과 외교안보수석이 대통령의 지시를 변경할 수 없다고 해 즉각 동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의 주요 근거로 내세운 '개성공단 임금 등의 대량살상무기(WMD) 전용'도 청와대 주도로 정부 성명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혁신위는 "정보기관의 문건은 2월13일 이후에야 청와대 통일비서관실을 통해 통일부에 전달됐다"며 "문건은 주로 탈북민의 진술과 정황 등에 근거해 작성됐고, 작성한 기관조차 문건에 '직접적인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을 표기했다"고 설명했다.

혁신위는 "5·24조치와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헌법, 남북관계발전법, 남북교류협력법, 행정절차법 등에 근거한 행정행위가 아니라 이른바 통치행위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며 "남북관계도 법치의 예외가 될 수 없고 법을 뛰어넘는 통치행위는 바람직하지 않으니 통일정책의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