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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애플이 고의로 아이폰 성능을 떨어뜨린 데 대한 집단소송이 제기될 전망이다. 법무법인 휘명 박휘영 변호사는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참여할 인원 20여 명을 모집했으며 2018년 1월초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28일 서울의 한 애플제품 리셀러샵. /연합뉴스

애플의 구형 아이폰 성능 조작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애플은 28일(현지시간) 구형 아이폰 성능의 고의적 저하 논란에 공식 사과하고, 대체 배터리 교체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원대책이 소비자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낳으며 애플의 사과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이른바 '배터리 게이트'라 불리는 애플 성능 조작 파문은 이번달 중순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수록 iOS의 처리 속도가 느려졌다"는 아이폰 사용자들의 글이 올라오면서 촉발됐다.

논란이 커지자 애플은 지난 20일 공개성명을 내고 아이폰6과 아이폰6S, 아이폰 SE의 갑작스러운 전원 차단을 막기 위해 지난해 성능 저하 기능을 도입했다고 시인했다.

또 "iOS 11.2 버전의 아이폰7에도 이를 적용했고, 향후 다른 기기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사전 고지 없이 성능 저하 기능을 도입한데 대해 일말의 사과도 하지 않았던 애플의 뻔뻔한 태도는 아이폰에 충성도 높은 소비자 사이에서도 분노를 촉발했다.

특히 '배터리 게이트'의 진원지인 미국에서 아이폰 사용자들이 먼저 집단행동에 나섰다.

현재까지 고의 성능 저하와 관련해 미국 연방 법원에 제기된 집단소송은 9건 안팎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이폰 이용자인 비올레타 마일리안은 지난 27일 캘리포니아 연방 법원에 애플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9천999억달러(1천67조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이스라엘과 한국 등에서도 소송이 제기됐거나 추진되고 있다.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자 애플은 이날 공식사과라는 매우 이례적인 조치에 나섰다.

애플은 "구형 배터리를 가진 아이폰의 성능 처리 방법과 그 과정을 전달한 방식에 대한 고객들의 피드백을 들었다"면서 "여러분 가운데 일부가 애플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사과했다.

또 아이폰 배터리를 신형으로 교체하면 성능저하 없이 사용할 수 있다며 배터리 교체비용을 내년 1월부터 현 79달러에서 29달러로 50달러(약 5만3천 원)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배터리의 상태를 파악해 새 배터리로 교체할 필요가 있는지를 알려주는 기능을 갖춘 iOS 업데이트도 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애플의 대응이 책임을 전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는 "전기화학 기본을 공부하고 다시 사과해라", "돈 들여 신형 아이폰으로 바꾼 사용자들은 어떻게 보상받느냐", "충성할 필요가 없는 회사의 제품은 안 사는게 최선이다", "그냥 구글 안드로이드로 바꾸면 된다" 등의 비난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애플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소비자단체 'HOP'는 지난 28일 애플이 프랑스의 '계획적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 법을 위반했다며 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5년 만들어진 이 법은 소비자와 환경 보호를 위해 기기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노후화하는 것을 금지하고, 제조업체가 기기의 품질 높이고 수명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에 따라 제조업체들은 의무적으로 제품의 예상수명과 예비부품 지원방법, 재활용 가능성 등을 명시해야 한다. 또 법 위반시 최대 2년의 징역형을 받거나 매출액의 5%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애플은 수많은 재정적 성공을 이뤄냈지만 이번 고의 성능 저하 파문으로 험난하게 한 해를 마치게 됐다"며 "아이폰 X에 대한 소비자들의 미적지근한 반응과 애플 AI 스피커인 '홈패드'의 출시 지연으로 내년 또다른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