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15일 하루 일정으로 서울에 온다.
고이즈미 총리는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와 지난 8월 신사참배 강행으로 한일관계는 물론 한중관계를 악화시킨 인물이다. 그는 지난 4월 취임 이후 계속 방한을 희망해 왔으나 나빠진 국민 여론을 고려한 우리 정부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방한 배경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4월 취임 이후 신사 참배 등 자신의 언행으로 야기된 한중 양국 국민들의 비난 여론에 큰 부담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역사인식에 대한 한국 및 중국 국민들의 악화된 여론을 돌려놔야 한다고 보고 두 나라 정상과의 만남을 추진해 왔다.
일본 정부는 특히 오는 20·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총회 이전에 어떤 형식으로든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절박한 입장이었다.
미국 테러사건 이후 자위대 파병을 결정한데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비판과 우려도 일본 정부를 초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중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의 이런 부정적 인식을 그냥 놔둘 경우 국제사회에서 외면당하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역사인식에 대한 일본 정부의 성의있는 조치'를 요구하면서 정상회담 제의를 거부해 왔다.
정부는 그러나 미국 테러사건 등 국내외적 여건이 급변함에 따라 더이상 외면만 할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 일본 정부의 제의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정상회담에서 '진전된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국민 여론에 대한 부담도 덜게 됐다.
이와 함께 내년 6월 2002 한일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양국간 협력과 교류를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인식도 정상회담을 앞당기는 요인이 됐다.
▲회담 주요 의제
이번 회담의 주 의제는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확인하는 일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우리 정부에 “역사교과서 문제와 야스쿠니 신사 참배문제에 있어 진전된 입장을 표명하고, 한일관계를 중시하는 자세를 천명하고 싶다”는 희망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다소 추상적 표현인 '진전된 입장'에 대해서는 정상회담시 고이즈미 총리가 직접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진전된 입장'에 대해 최소한 지난 95년 '무라야마 총리 담화'및 98년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수준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당시 오부치 일본 총리는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일본이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 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 부터의 사죄를 했다'고 명시했다.
우리 정부는 이와는 별도로 일본 역사교과서 수정및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이를 계속 일본측에 촉구하기로 해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두 정상은 또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 테러사건에 따른 '대 테러 전쟁'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의사 표명과 함께 구체적인 지원 수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지원 수준과 관련해서는 일본의 자위대 파견 방침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 전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