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들어 경기도에서는 처음으로 포천 시내 산란계 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는데도 경기도의회 담당 위원들이 해외연수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최대 닭 산지이면서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강원도와도 가까운 지역에서 AI가 발생해 국무총리까지 나서 방역 대책을 지시하는 등 국가적인 비상 상황인데도 해당 지역구 의원까지 동행해 논란이다.

5일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포천시 영북면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AI 의심 신고가 접수됐고 간이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 2일부터 닭 28마리가 폐사했다.

그동안 철새 분변에서는 AI가 발견됐으나 닭 농장에서는 처음이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 방역 당국은 농림축산식품부 지침에 따라 3일 오후 3시부터 48시간 동안 가금류 이동중지(스탠드스틸·Standstill) 명령을 내렸다. 인접한 강원도 철원군도 포함됐다.

포천은 전국 최대 닭 산지인 데다 1년 전 같은 농장에서 AI가 발생했던 만큼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까지 확산이 우려돼 정부도 긴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의회 소관 위원회인 농정해양위원 9명은 이날 뉴질랜드로 연수를 떠났다. 6박 8일 일정이며 포천이 지역구인 도의원도 포함됐다.

이들은 3일 오전 AI가 의심 신고된 뒤 간이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고 이어 오후 3시 이동중지 명령이 내려졌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날 오후 5시 비행기를 탔다.

이날 오전 모여 인천공항으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천 AI는 신고 하루 만인 지난 4일 확산 우려가 큰 고병원성으로 판정됐다.

포천 농장을 출입했던 차량이 경기 남부와 전북뿐만 아니라 강원 원주·횡성 등 일부 지역 농가도 드나든 것으로 확인돼 전국적으로 비상이 걸렸다.

혹한의 날씨에도 공무원이 현장에 나가 방역과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고 이 과정에서 살처분 작업에 투입된 용역업체 근로자 1명이 기계에 손을 다쳐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5일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와 매우 인접한 곳에서 AI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심리적인 충격이 없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경기도의원들은 이틀째 해외연수 중이며 복귀 계획도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회 관계자는 "출국 당시 AI와 관련해 제대로 보고받지 못해 심각한 상황인지 몰랐다"며 "고병원성으로 판명된 것도 모르고 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