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 기기 들고 일일이 차량 소독
농가, 용액 금방 얼어 물 끓여 사용
한번분량 제작 '분주' 생석회 쓰기도
폭설에 발묶인 軍 제독차 출동못해
"7일째 추가감염 없어 이번주 고비"
11일 오후 안성시 일죽면의 한 산란계 농가. 축사 안에 살포할 소독제를 만들고 있는 양계농가 이모(59)씨는 펄펄 끓인 뜨거운 물을 고무대야에 붓고 소독제 원액과 섞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보통은 희석해 만든 소독제를 2~3번에 나눠 사용할 수 있지만, 최저기온이 영하 15도에 이르는 한파가 찾아온 이날은 곧장 소독제가 얼어버려 한 번 사용할 분량 만을 만들었다.
이 씨는 "한파가 몰아닥치기 시작한 9일부터 매번 한번 사용할 정도의 소독제를 만들고 있다. 뜨거운 물을 사용하지 않으면 한 두 시간 사이에 물통이 다 얼어버려 물을 끓여 섞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전역이 꽁꽁 얼어붙은 이날 AI 방역 작업도 비상이 걸렸다. 농가와 방역 관계자들은 혹시 모를 바이러스 확산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한파와 싸우며 이중고를 겪었다.
특히 좀처럼 고장 나지 않는 소독시설도 멈춰서, 기록적인 한파를 증명했다. 용인시 백암면에 설치된 U자형 소독제 살포기는 이날 오전부터 작동을 멈춰 방역요원들은 이동식 살포기를 들고 차량 소독을 실시했다.
U자형 소독제 살포기는 소독제를 뿜고 나서 내부 관 속에 소독액이 남지 않도록 설계돼 웬만한 추위에는 얼지 않는 장치다.
인근 55사단의 제독차를 지원받아 소독 작업을 벌이고 있던 안성시는 전날 군 부대 주위에 폭설이 내리면서 협조를 못 받게 됐다. 눈이 내린 데다 추위로 급속히 지면이 얼어붙어 제독차가 출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강추위로 살포 후 소독제가 얼어버리는 현상을 경험한 일선 양계농가들은, 소독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생석회를 뿌리는 식의 궁여지책을 펼 수밖에 없었다.
용인시 양정아 가축방역팀장은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직접 이동식 살포기를 들고 소독제를 뿌리다 보니, 소독제가 몸에 튀고 젖고 얼어붙는 등 현장 방역 요원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어려움을 설명했다.
다행히 지난 3일 포천의 산란계 농장에서 AI가 발생한 이후, 추가 발생 사례는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도는 방역취약농가 312곳에 전담공무원을 배치하고, 일일 전화 예찰을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경기도동물위생시험소는 농가 내 폐사축을 대상으로 한 AI 감염 유무 검사도 시행하는 등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 관계자는 "일주일째 감염 사례가 나오지 않아, 이번 주가 확산의 고비가 될 것"이라면서 "방심하지 않고 방역 활동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내 31개 시군에 한파경보·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10일 오후 10시 이후 이날까지 부천 5건·수원 4건 등 모두 40건의 수도계량기 동파사고가 발생하는 등 각종 한파 피해가 잇따랐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