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1301000799300038021.jpg
시중은행들이 실명확인 가상계좌 서비스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거래소 등 업계가 혼란에 빠진 12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시민들이 시세전광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가 과연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그리 큰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정부가 실제로 폐쇄하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불씨를 지핀 것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다. 박 장관은 1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는 기본적으로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무부 장관의 말씀은 부처 간 조율된 말씀이고, 서로 협의하면서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으로 불길이 확산됐다.

두 장관급 인사의 발언으로 가상통화 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자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같은 날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이지만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톤 다운을 했다.

하루 사이 나온 3명의 발언으로 투자자들은 혼선에 혼선을 거듭했지만 사실 박 장관의 발언이 범정부 컨센서스보다 강경하다고 보면 상황을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법무부가 가상통화 관련 범정부 합동 태스크포스의 일원으로서 가상통화 거래 금지나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 등 분야에서 가장 강경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금융위원회나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 입장과는 다소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실마리는 최종구 위원장의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 답변에서 찾을 수 있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가상화폐 거래를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인가'라고 묻자 최 위원장은 "현행법 아래서 과열 현상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하고 장기적으로 이런 거래가 계속된다면 취급업소 폐쇄까지 가능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 발언은 박상기 장관의 발언과 상당한 뉘앙스 차이를 의미한다.

무조건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금융 차원의 노력(자금세탁방지와 실명확인시스템)과 범정부 합동 노력(시세조종과 다단계사기, 유사수신 등 범죄 집중단속)을 모두 해본 후 그래도 효과가 없을 때 거래소 폐쇄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다.

또 무조건 거래를 금지하고 거래소를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유사시에 그런 조치가 가능한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둔다는 것도 의미 차이가 있다.

법무부가 거래 금지나 거래소 폐쇄 등 내용을 특별법을 그대로 주장한다 해도 부처 간 공식 의견 조율 절차를 거치는 동안 일정 부분 톤다운될 소지가 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의 발언이 이런 맥락이다.

법무부안이 범정부안이 된다 해도 국회라는 벽이 있다. 가상통화 거래자가 20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국회가 가장 매파적인 법안을 액면 그대로 통과시켜줄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는 거래 금지나 거래소 폐쇄는 현재의 투기 과열을 잠재울 선언적인 의미의 카드란 시각이 많다.

다만 이런 투기 과열이 더 확대돼 부작용이 심화된다면 공포탄이 실탄으로 변할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