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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일 강남 등 서울 특정지역의 경우 투기수요가 가세하면서 재건축·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투기수요 근절을 위해 관계기관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모든 과열지역을 대상으로 무기한 최고수준 강도로 현장단속을 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12일 강남 4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 중 송파구와 강동구의 모습. /연합뉴스

"올해 들어 아예 개점휴업 상태에요. 사겠다는 손님은 많은데 팔겠다는 물건이 없어요. 그나마 있던 매물도 매수자만 나서면 그 자리에서 보류시키고 가격을 5천만원씩 올리니 한겨울 비수기에, 기가 찰 노릇입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중개업소 E공인 사장)

"여긴 너무 조용해요. 대출이 막혀 있으니 실수요자들조차 집을 못사고, 집값이 떨어져서 다주택자들은 본전 생각나서 못 팝니다. 강남은 과열이라는데 여긴 완전 다른 세상이네요." (서울 노원구 상계동 P공인 대표)

정부가 다주택자 잡기에 나선 가운데 서울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급격하게 심화된 이상 과열 현상으로, 서울 강남을 비롯해 도심권 요지의 아파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으며 몸값이 급등하고 있다.

반면 노원구·성북구·금천구 등 서민아파트 밀집지역은 가격이 8·2 대책 이전보다 하락하는 등 가격 상승에서 소외된 모습이다.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가 이른바 '똑똑한 한 채' 신드롬을 만들어 같은 서울 안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 강남발(發) 이상 과열, 도심까지 초강세…"지방 손님 집도 안보고 계약"

14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57% 올랐다. 상승률이 8·2 대책 발표 직전인 7월 말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서울시가 지난 9월 초 '50층 재건축'을 허용하기 전까지 전용면적 76㎡가 15억원 안팎에 그쳤으나 최근 18억5천만원 짜리 매물이 팔린 뒤 호가가 19억원으로 뛰었다. 불과 넉 달 만에 4억원이 뛴 것이다.

이 아파트 전용 82㎡의 호가는 현재 19억7천만∼20억원으로 '2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잠실 주공5단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예전에는 거래가 성사되면 1천만원씩 가격이 뛰었는데 요즘은 매물이 귀해서 하나만 팔려도 5천만원씩 호가가 뛴다"며 "올해 3월 말 건축심의가 떨어지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걱정에 과도하게 높은 가격에도 거래가 된다"고 말했다.

역시 매물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요즘 매물이 한 건 나오면 중개업소 간 '입금 올림픽'이 벌어진다.

중개업소마다 보유한 매수 대기자들에게 매물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리고 1분이라도 빨리 집주인의 계좌에 계약금을 먼저 '쏘는' 경쟁을 치르는 것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매물이 하나 나오면 서너 시간 안에 계약이 끝나버린다. 8·2 대책 이후 대출이 안되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도 10억원 이상의 목돈이 필요한데 다들 현금 들고 대기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9월 초 12억원 선이던 이 아파트 전용 76.79㎡는 현재 시세가 15억6천만∼15억8천만원까지 올랐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개포·반포 등 저층 아파트 재건축이 끝나면서 다음 차례인 압구정 현대, 잠실 주공5단지, 대치 은마 등 중층 재건축 단지가 대장주로 부상하고 시세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며 "압구정 현대도 집주인들이 매물을 싹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여 거래 가능한 매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강남 시장에 '지방 큰 손'들의 자금이 경쟁적으로 몰려들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지방 아파트값이 하락하자 돈 있는 부자들이 강남 아파트를 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 같다"며 "이들은 매물이 나오기만 하면 집도 안보고, 가격 흥정도 않고 바로 사버린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 강세는 일반 아파트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연초 고가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등을 높이기 위한 보유세 개편에 착수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송파구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84.9㎡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 11억∼11억5천만원이던 시세가 현재 16억원을 호가한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정부가 보유세를 올린다고 해서 가격이 빠질 줄 알았는데 되레 1년에 종부세 1천만원이 올라도 매매가가 1억원 이상 오르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반문한다"며 "강남 사람들한테는 정부가 규제만 하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공식이 성립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입주한 지 30년이 넘었거나 임박해 몇 년 뒤면 재건축 추진이 가능한 중층 아파트도 강세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개포 우성 1·2차, 송파구 올림픽선수촌·기자촌, 문정동 훼밀리,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등은 매물이 없어서 못 판다.

일명 '마용성'으로 불리는 서울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광진구 등 도심권 아파트도 초강세다. 인근 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이 추진중인 데다 신규 아파트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기존 아파트에는 전셋값이 뒷받침되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해두는 '갭투자자'들이 여전히 몰려들고 있다.

용산구 한강로2가 벽산메가트리움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벌써 10∼15건이 계약됐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용산구 한강로2가 중개업소 사장은 "11, 12월에 거의 안팔리던 아파트가 올해 들어 싹 거래되고 매물도 없다"며 "강남이 가격이 많이 오르니 상대적으로 싼 강북 요지로 와서 집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두 달 전 10억5천만원이던 것이 최근 11억3천만원에 팔리며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신도시 중에서는 분당·판교·위례 등 서울 초근접지들이 강세다.

특히 분당과 판교는 판교 벤처타운 조성과 테크노밸리 개발 등 개발 호재가 맞물려 매매 가격이 부르는 게 값이다.

분당 정자동의 중개업소 사장은 "분당은 물론 수도권·지방에서도 올라와 매수한다"며 "매물은 없는데 매수자들은 계속 찾아오고 분위기가 비정상적으로 너무 뜨겁다"고 말했다.

◇ 노원구·성북구·강북구 등 외곽은 침체…서울 안에서도 '양극화'

서울 강남과 도심권 요지의 아파트들과는 달리 서울 노원구를 비롯해 성북구·강북구·중랑구·금천구 등 서울 외곽의 아파트 시장에는 날씨만큼이나 추운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8·2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노원구는 대책 발표 직후 가격이 떨어진 뒤 회복이 안되고 있다.

상계동 보람아파트 33평형은 현재 시세가 4억∼4억1천만원으로 8·2 대책 직전 보다 1천만원가량 하락했지만 거래가 뜸하다. 상계동 은빛아파트 전용 49.77㎡도 8·2대책 전 2억7천만∼2억8천만원이던 것이 현재 시세가 2억6천만∼2억7천만원으로 1천만원 떨어졌다.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강남은 집값이 수십억원을 해도 집이 없어 못산다는데 지금 여기는 아파트값이 3억∼4억원 밖에 안해도 대출이 막혀 사려고 오는 사람이 없다"며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서민들만 죽어나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출 규제는 돈 있는 부자들에겐 아무런 문제가 안되지만 정작 돈없는 서민들이 피해를 본다"며 "싼 소형 아파트 2채만 갖고 있어도 다주택자 취급을 하고 대출을 잘 안해주니 아파트 중도금, 잔금도 못치를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월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8·2 대책 이후에는 전세도 매매도 다 거래가 안 된다"며 "정부가 풍선효과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서민들이 사는 곳까지 과도하게 규제를 하는 통에 시장이 다 죽었다"고 말했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벽산라이브파크 등도 8·2 대책 이전보다 가격이 떨어졌지만 매물이 있어도 거래가 잘 안된다.

미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강남은 난리라는데 여기는 올해 들어 더 조용해졌다"며 "언론에서 하는 이야기는 다른 나라 이야기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정부의 '1가구 1주택' 정책이 결국 강남만 살려주는 꼴"이라며 "대책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