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지구
수원 고등·화서동 일대 고등지구 폭약 발파작업이 아무런 안내 없이 연장돼 주민들이 인공지진 공포에 떠는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25일 발파작업 중인 고등지구 현장.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수원시·시공사 고지의무없다
발파작업 주민안내없이 연장
대피소동에 피해규모도 누적


지난해 마무리된다던 '팔달2주거환경개선지구(이하 고등지구)' 폭약 발파작업(2017년 12월 13일자 23면 보도)이 인근 주민들에게 아무런 안내도 없이 연장됐다.

수원시와 시공사가 하루 사용 폭약량을 줄이는 대신 공사기간을 늘리는 '조삼모사'식 행정으로 주민들의 민원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집과 땅이 흔들리는 공포에 떨 수밖에 없는 주민들은 "우리를 바보로 안다. 탁상행정의 결과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25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공사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고등지구 조성을 위해 벌이는 다이너마이트 폭약 발파 작업 종료 시점을 애초 지난달 24일에서 이달 말로 연장했다.

공사장 발파작업에 의한 '인공지진'으로 집과 벽이 갈라지면서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지난달부터 하루 2t이던 폭약량을 0.5~1t으로 절반 이하로 줄여 공사기간이 늘어난 것이다. 주민들의 민원을 잠재우기 위한 '조삼모사'식 행정을 벌였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시와 대우건설은 고지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인근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8개월 동안 하루 수백번 넘게 인공지진의 공포를 느끼고 있는 주민들에게 발파공사 연장에 대해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아, 주민들은 이달 초 또다시 땅이 흔들리자 실제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착각하고 대피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발파공사 연장으로 주변 주택의 벽이 갈라지고 타일이 떨어지는 등의 피해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수원시와 대우건설은 공사 마무리 후 절차에 들어간다는 입장만 고수 중이다.

한 주민은 "지난해 5월부터 매일 집이 흔들리는 인공지진에 마음을 졸이며 살고 있다"며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 미리 알려줘야 대비라도 할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하루 폭약량을 줄여 어쩔 수 없이 공사기간이 늘어난 것"이라며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답변했다.

시 관계자도 "주민들에게 공사기간을 고지할 의무가 없어서 알리지 않았다"면서 "이달에도 관련 민원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하루 폭약량 규모를 다시 산정해 진동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우건설은 수원 고등·화서동 일대 고등지구 36만2천여㎡에 뉴스테이 및 임대주택 등 4천900여 세대를 공급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시행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