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비트 외장' 불쏘시개
응급실 소화기도 몇개 안돼
민간업체서 소방점검 대행
병원 내부 역시 화재에 취약


"화재가 발생하면 이곳도 밀양처럼 순식간에 다 타버릴 겁니다."

경남 밀양 화재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 27일 오후 6시께 성남의 한 중소병원.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제천과 밀양화재 참사 때 화재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흰색 '드라이비트' 소재 외장재가 눈에 띄었다.

시공가격과 편리성 때문에 사용되는 '드라이비트' 외장재는 화재 발생 시, 사실상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지만 이곳 외부벽면은 대부분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졌다는게 병원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병원 내부 역시 화재 예방에 취약한 것으로 보였다. 외래진료가 끝나서인지 가벼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부터 중증 환자까지 수십개의 응급실 안 베드는 빽빽했지만, 눈에 띄는 소화기 수는 5개 남짓에 불과했다. 특히 초기진압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스프링클러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28일 찾은 수원 시내 한 중소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하 1층, 지상 9층으로 구성된 해당 병원은 두 층(4·5층)을 요양시설로 운영 중이지만 스프링클러가 있는 곳은 식당과 장례식장이 있는 지하 1층과 요양시설이 있는 4·5층이 전부였다.

일반 병실에 입원해 있는 환자 김모(53)씨는 "밀양 화재를 보고 불안해서 스프링클러를 찾아봤는데 어느 곳에도 없었다. 병원 일부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어 화재 발생 시 속수무책으로 화염에 휩싸일 것"이라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병원 측은 "소방법에 따라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중소병원들은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상 연면적이 5천㎡ 이상이거나 수용인원이 500명 이상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의무설치가 아니다.

이처럼 중소병원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도내 288곳의 중소병원에 대해서는 스프링클러 설치 파악조차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소방점검을 민간업체가 대행하거나 안전관리자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등 부실한 행정이 확인돼 언제든 화마(火魔)가 들이닥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 관계자는 "병원은 보건복지부가 관리해 스프링클러 설치 여부 등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방점검도 소방관이 직접 점검을 하면 좋지만 법적으로 이미 민간으로 이관돼 있고, 인력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는 제천에 이어 밀양 세종병원에서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함에 따라 도내 34개 소방서에 겨울철 화재예방 활동 강화를 지시했다.

다음달 7일까지 설 연휴를 대비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쇼핑센터, 영화관 등 2만5천821곳의 다중 이용시설 중 10% 정도를 무작위로 추출해 불시 소방특별조사를 하도록 했다.

또 주거용 비닐하우스 2천67동과 컨테이너 하우스 270동, 연면적 400㎡ 미만의 소규모 숙박시설 1천407곳에 대한 특별 소방점검도 주문했다.

/황준성·박연신기자juli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