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인상 일자리안정자금 문의 증가
사진은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사업' 시행 첫날인 2일 인천시 남동구 근로복지공단 경인지역본부에 마련된 접수창구를 찾은 사업주가 상담을 하고 있다. /경인일보 DB
 

대선 공약을 통해 지난해 대비 무려 16.4%나 인상된 최저임금의 후폭풍이 한 달째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금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일자리와 근무시간이 줄어든 노동자들은 예전보다 더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영세 자영업자들도 종업원과 아르바이트를 줄이고 시간과 몸으로 이를 때워 삶의 질이 저하된 상태다.

'예산에 월급 맞추기' 전략
노동시간 단축 최후의 수단
편의점 오전에 낮은 시급도

■ '불법'과 '편법' 사이 줄타기하는 사업주

= 최저임금 인상에 직면한 사업주들이 빼든 전략은 '노동시간' 단축이었다. 사업주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취할 수 있는 최후 방법이었던 셈이다.

지난 21일 공공기관인 성남수정경찰서까지 청소용역 입찰공고를 내면서 기존 미화원들의 노동시간을 1시간 단축했다.

수정경찰서는 "지난해와 예산은 똑같아 인상된 임금을 맞추기 위해선 시간을 단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동의 없이 이뤄진 일방적인 노동시간 감축은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 단축이 불가한 업종의 사업주들은 '꼼수'를 통해 불법 인건비 감축에 나서고 있다.

부천시 원미동의 한 편의점은 최근 아르바이트생 모집공고를 내면서 오전 시간 근무자에겐 시간당 '6천500원'을 지급하겠다고 명시했다.

오전은 다른 오후·야간 시간대와 비교해 손님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두 사례 모두 불·편법이지만, 사업주 측은 '생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피력한다.

몇명이 하던 일 혼자 담당
고령·외국인 상황 더 심각
불이행 신고 수천여건 접수

■ 개선되지 않는 노동자의 삶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를 위한 사업주들의 각종 불·편법 행위는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으로 귀결됐다. 특히 노동시장 '사각지대'라고 불리는 고령·외국인 노동자들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수원시 매산로의 10층 규모 복합건축물에서 일하는 김모(63·여)씨는 "지난해 새로 계약한 용역업체가 인건비를 이유로 함께 일하던 2명을 해고해 혼자 건물 전체 청소를 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고용상황은 더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인근 식당에서 일하는 중국인 종업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옥모(36·여)씨는 "최저임금이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사장에게 괜히 먼저 말을 꺼냈다가 해 될 수도 있어 가만히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상된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신년 첫 월급날이 다가온 가운데 노동현장 곳곳에서는 사업주가 최저임금을 무력화한다는 등의 신고도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실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에는 상여금 300%를 최저임금에 맞춰 기본급화 하려는 제조업체의 꼼수부터 어린이집 보육교사, 종합병원·마트 직원 등 다양한 직군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민주노총에는 수천여건의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안정화위한 '단속' 반응 싸늘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 '저조'
"보완책 현실 반영 전혀 안돼"

■ 정부, 속도 조절 나설까


=올해 크게 오른 최저임금 때문에 영세한 기업과 자영업자, 청년층 등이 피해를 입는 등 전국이 혼란에 휩싸이자, 정부는 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속이라는 '채찍'과 일자리안정자금이라는 '당근'을 꺼내 들었지만, 시장반응은 싸늘한 상태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10인 이상 사업장에 3월까지 최저임금 준수 등을 점검하는 단속에 나섰고, 근로복지공단이 30인 미만 사업장 직원 1명당 매월 13만원씩 지급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접수 받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는 사업주의 숫자가 기대치보다 한참 밑돌고 있다. 실제 지난 26일 기준 경기지역 신청은 1천932개소 4천539명, 인천은 449개소 912명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현실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빨랐던 것에 비해 보완책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며 "일자리 안정자금은 고용보험 가입도 버거운 영세사업주들이 많은데 이를 고려치 않은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진·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