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범죄에 이용된 가상화폐를 자산가치가 있다고 판단, 처음으로 몰수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실체가 있는 현물에 한정됐던 몰수의 대상을 전자파일 형태의 가상화폐로까지 확대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수원지법 형사항소8부(하성원 부장판사)는 30일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안모(33)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원심을 깨고 범죄수익으로 얻은 191 비트코인을 몰수하고, 7억여원을 추징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징역 1년 6월의 형량은 원심대로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몰수의 대상을 물건에 한정하지 않고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이익 일반을 의마한다"며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없이 전자화한 파일 형태이지만, 거래소를 통해 거래되고 재화와 용역을 구매할 수 있어 범죄 수익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범죄수익금으로 확인된 191 비트코인에 한해 몰수가 가능하다고 항소심 재판부는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음란물 사이트 회원 등에게 비트코인의 전자주소를 알려줘 전달받았다"며 "이런 기록은 압수된 비트코인에도 남아있어서 결국 사이트 운영으로 올린 수익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안씨는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불법 음란물 사이트인 'AVSNOOP.club'을 운영하면서 사이트 사용료 등을 받아 19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부당이득 가운데 안씨의 구속 시점인 지난해 4월 17일 기준 5억여원에 달하는 216 비트코인의 경우 안씨가 회원들로부터 사이트 이용료 등으로 받은 것으로 보고 몰수를 구형했다.

1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11시 15분 기준 1천268만원으로, 몰수 비트코인의 시가는 24억2천여만원이다.
몰수는 범죄행위와 관련한 물품과 금액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조치다.

원심은 지난해 9월 문제의 비트코인 가운데 일부는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한 파일 형태인 비트코인을 몰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검찰의 몰수 구형을 받아들이지 않은 바 있다.

이에 검찰은 원심 판결 이후 문제의 비트코인이 어떻게 안씨의 전자지갑으로 흘러갔는지에 대해 일일이 추적, 범죄수익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찾아냈다.

이를 근거로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을 뒤집으면서 법원이 범죄에 쓰인 가상화폐에 대해 몰수 결정을 내린 첫 판결이 나오게 됐다.

다만 아직 압수한 비트코인을 어떻게 처분할지에 대해서는 결정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피고인이 범죄수익으로 이익을 거둘 수 없도록 몰수에 집중해왔다"며 "공매 등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