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지현 검사 성추행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에 나선 것을 두고 일각에서 '셀프조사' 논란이 불거지자, 국회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입법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울러 현재 공수처 추진이 어느 정도에 와 있는지도 관심을 끈다.

검찰 고위 간부가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데다 고검장 출신의 현직 국회의원과 전직 법무부 장관 등도 조사할 필요성이 거론되는 국면에서 검찰의 자체조사만으로 의혹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겠느냐는 게 '셀프조사' 논란의 골자다.

서지현 검사는 2010년 10월 이귀남 당시 법무부 장관이 동석한 자리에서 안태근 전 검사장(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부장검사급)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사건을 덮으려고 했고, 자신이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고 서 검사는 주장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 인사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캐야 하는 검찰의 진상조사 과정에는 여러 제약이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법조계 안팎각에서 흘러나왔다.

검찰은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최초의 여성 검사장인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을 단장으로 앞세운 진상조사단의 철저한 의혹 규명과 외부 민간위원의 조사단 참여 등을 공언했지만 사건을 전모를 제대로 밝혀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서 검사가 의혹을 폭로하기 전 법무부와 검찰의 상관들에게 관련 사실을 알렸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는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조사 대상이 될 검찰 내부 인사들의 범위가 갈수록 넓어지는 점도 진상조사단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사를 비롯한 고위직 공무원의 범죄 수사를 전담할 독립 기구인 공수처 설립 논의가 새삼 시선을 끈다. 검찰 등 사정기관의 내부 비리를 중립성 논란 없이 파헤칠 수 있는 대안적 제도로 공수처 도입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 비리의 수사·기소를 전담할 공수처의 설치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1호 공약이다. 조직 구성과 권한, 인력 규모, 수사 대상 등에 차이를 둔 4건의 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국민의당 이용주 의원 공동발의안과 민주당 양승조 의원안, 정의당 노회찬 의원안 등 3건은 내용에 유사성이 크고,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의 법안은 공수처에 수사권만 맡기고 기소권은 검찰에 그대로 둔다는 점이 차별적이다.

법무부도 작년 10월 공수처에 수사·기소·공소유지 권한을 부여하되 수사인력을 최대 55명 규모로 하는 정부 입법안을 발표했다.

공수처 입법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여야가 여러 차례 논의했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제도 도입을 반대해 이렇다 할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지난달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발표하고 공수처 도입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 국회 논의에 다시 시선이 쏠렸다.

공수처 논의 기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지난달 여야 합의에 따라 가동에 들어간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로 바뀌었다. 공수처 설치 법안 4건도 사개특위로 이관됐다.

지난달 24일 첫 여야 간사 회동을 한 사개특위는 소위원회 구성 문제와 문무일 검찰총장으로부터 직접 업무보고를 들을지 등의 쟁점을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다 1일 법무부와 검찰, 경찰, 법원행정처 등의 업무보고 일정을 확정했다.

공수처 논의는 검찰개혁소위에서 다루기로 했고, 문 총장의 업무보고는 다음 달 13일 받기로 합의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공수처 논의가 검·경 수사권 조정보다 여야 간 견해차가 커 논의에 속도가 안 붙었던 게 사실"이라며 "검찰 고위 간부의 성추행 의혹 사건은 여러 사법개혁 사안 중 공수처 논의와 맞닿을 만한 화두여서 도입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시급한 의제로 밀어붙일 공산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