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에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설 이후 주택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설 이후 주택시장에는 초대형 변수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봄 이사철이라는 계절적 변수를 제외하고도 ▲ 다주택자 양도세 중가 ▲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 부과 ▲ 재건축 연한 강화 등 추가 대책 ▲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개편 ▲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시행 ▲ 금리 인상 ▲ 청약 및 입주물량 증가 등 '7대 변수'가 주택시장을 좌우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값은 강세를, 지방은 약세를 보이는 양극화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각종 정책 변수 등으로 변동성이 커진 만큼 하반기 이후부터는 서울 집값도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16일 내다봤다.

◇ 다주택자 급매물 나올까…서울-지방 '초 양극화' 심화

설 이후 주택시장은 서서히 전환기를 맡게 될 전망이다.

일단 설 이후 신 DTI 등 대출 규제가 본격화하는 데다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쌓이고 있어 설 연휴 이후 주택시장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매물도 없고 매수자들도 관망하는 '눈치보기' 장세 속에 4월부터 시행되는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는 막바지 매물이 출현하며 가파른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이미 다주택자들의 매물은 상당수 정리됐지만 매도 또는 임대사업자 등록 여부를 고민하는 다주택자들이 아직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잔금 날짜를 3월 말까지 앞당기는 조건으로 막바지 다주택자 매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필 세무사도 "최근 양도세 중과 전에 팔려고 고민하는 다주택자들의 상담이 크게 늘었다"며 설 이후 매물 출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러한 매물의 절대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기간 내 서울의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4월 이후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 서울 아파트 시장은 지금과 같은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서울이나 과천, 성남(분당) 등지는 주택 거래량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매물 부족에 따른 호가 상승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서울 아파트값이 고점에서 정체되는 '고원현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 정부 규제로 집값 급등 지역에는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양도세 중과 회피 매물도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서울 집값은 한동안 '고원현상'을 보이며 횡보 또는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지방과 수도권 일부 시장은 올해 입주물량이 급증하면서 약세를 보이는 '초 양극화'가 지속될 전망이다.

함 센터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로 인해 청약조정지역이 아닌 비인기지역의 매물을 먼저 팔아 절세를 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질 것"이라며 "서울은 강보합세가 이어지더라도 지방이나 수도권 비청약조정지역은 매물이 늘고 가격이 떨어져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책임연구위원은 "연초에 신 DTI(총부채상환비율)가 시행됐지만 이미 시중에 풀려 있는 유동성이 어마어마해 여전히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고액 자산가들은 장기 버티기가 가능해 3월에 일부 급매물이 나오더라도 상승폭이 둔화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이 공개될 경우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단기적으로 출렁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는 올해부터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는 물론, 작년에 인가 신청을 마친 곳도 서류상, 절차상 하자가 있을 경우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반려하고 부담금을 부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행정권 남용이라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충격요법'으로 강남 집값 상승을 막아보겠다는 의지다.

이 경우 강남권 재건축의 경우 수억원에서 최대 10억원의 부담금이 부과돼 재건축 사업중단과 가격 하락 등 대혼란이 예상된다.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박합수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작년 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13개 단지 중 몇 개라도 부담금이 부과된다면 재건축 시장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며 "사업 초기의 다른 재건축 단지의 투자심리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재건축 부담금·보유세·DSR·금리 등 악재 줄이어…하반기 약세 전망

재건축 연한과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 사업 절차 강화 등 추가 규제가 나올 지도 관건이다. 이 경우 지은 지 30년 이상 돼 재건축 기대감으로 가격이 오른 단지들의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30년 이상된 아파트는 비강남권에 대거 포진해 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재건축 연한을 강화하면 강남권보다 비강남권의 아파트가 더 타격을 받게 되고, 한동안 재건축 사업이 중단돼 공급부족으로 수년 뒤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불안 심리를 키워주게 된다"며 "당장 집값 잡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주택시장의 수급 안정을 위해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하반기부터는 보유세 인상 여부가 주택시장의 큰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6월 지방선거를 전후해 보유세 인상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어서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 수 줄이기에 나설지 관심이다.

양도세 중과 방침으로 비인기 지역의 주택은 줄이고 인기지역의 주택만 남기는 '똑똑한 한 채' 선호현상이 확산한 가운데 보유세 인상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김종필 세무사는 "다주택자들은 양도세보다 보유세 인상에 더 많은 부담을 느낀다"며 "자산가들은 버틸 능력이 되지만 최근 집값 상승에 편승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샀거나 전세를 끼고 투자한 갭투자자들은 종부세를 피하려고 매도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부터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이 시행돼 돈줄이 막히는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의 수요 규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며 집값 하방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나는데 정부가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보유세 인상, 양도세 중과, 재건축 규제 등 모든 대책을 한꺼번에 시행하면서 하반기 이후부터 그 파장으로 인해 주택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며 "정부는 6월 선거 전까지 어떻게든 강남 집값은 잡겠다는 불안, 조급증을 버리고 점진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분양시장은 여전히 뜨거울 전망이다. 당장 다음 달 분양 예정 물량은 총 7만5천여가구로, 서울 강남구 개포 주공8단지를 비롯해 마포, 과천, 의왕, 하남 미사 등 인기지역에서 대거 신규 분양이 이뤄진다.

그러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로 인해 비인기지역은 미분양이 증가하는 등 청약시장에도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함영진 센터장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통제로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아지면서 인기 단지는 '로또 아파트'로 불리며 청약 과열도 우려된다"며 "분양시장의 청약 결과가 일반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