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택시업계가 시대착오적인 정부 규정으로 엄연히 '인천 땅'인 인천국제공항에서 타 지역 택시에 영업권을 빼앗기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 서울 택시와 경기도 4개 지자체(고양·김포·광명·부천) 택시의 영업을 허용한 '공동사업구역' 제도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훈령으로 규정한 인천공항 공동사업구역은 애초 취지가 무색해진 데다가, 택시의 사업구역을 단일 행정구역으로 정한 현행법에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에서 인천 택시는 인천으로 가는 승객만 받을 수 있다. 서울이나 경기도 인접지역으로 향하는 승객은 해당 지역 택시들이 승객을 받고 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택시의 사업구역은 단일 행정구역이지만, 인천공항은 국토부가 훈령으로 지정한 공동사업구역이라 서울 등 다른 지역 택시도 영업할 수 있다.
2016년 기준, 인천 택시가 인천공항에서 승객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평균 2시간35분.
인천에서 30년 넘게 개인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택시기사 호성신(82)씨는 "긴 시간 대기해서 서울·경기로 가는 장거리 손님을 못 받는다면, 인천공항을 아예 안 가는 게 오히려 남는다"며 "공항이 인천에 있으나마나, 공항에서 인천 택시들이 설 땅을 잃었다"고 성토했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 당시 버스노선과 인천 택시가 부족해 접근성 개선 차원에서 공동사업구역을 도입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인천지역 택시는 애초 인천공항 개항에 대비해 1997년 1만684대에서 2001년 1만2천279대로 1천495대 증차한 상황이었다.
2016년에는 1만4천379대로 2001년보다 2천100대가 더 늘었다. 인천 택시들이 서울지역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 서울 택시 영업을 허용했다는 취지도 내비게이션 같은 위치정보기술이 발달한 지금에 와선 무색해졌다.
국토부가 '훈령'으로 공동사업구역 지정한 지역은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이 유일하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공동사업구역 지정은 관련 지자체장과 협의해야 하고, 주민이나 이해관계자 의견을 청취하도록 했지만, 인천공항의 경우 해당 법 개정 이전에 국토부 장관 직권으로 지정됐다.
인천지역이 공동사업구역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현행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게다가 '훈령'은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지는 '행정규칙'으로 법보다 위에 있을 수 없다.
나승필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인천본부 의장은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로 인천 택시들이 다른 지역에 영업권을 빼앗겼고,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하면서 박탈감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공동사업구역을 폐지하거나 법에 따른 인천 택시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