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정이 오는 28일 끝난다. 시행에 합의한 지 1천308일 만이다. 말이 종료지 사실은 '파기'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014년 6월 도지사에 당선된 뒤 "한국 정치사의 새로운 길을 가겠다며 연정을 발표했다. 연정을 위해 야당에 부지사 자리를 내줬다.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라는 것도 열었다. 도내 기초단체장이 참석하는 1박 2일 상생토론회를 여는 등 시군 갈등의 해법을 모색했다. 야당의 동의 없이는 힘든 일부 산하기관 통폐합을 추진하기도 했다. 2016년 하반기 시작한 2기 연정은 288개 사업에 대한 민생연합정치 합의를 토대로 5년 만에 처음으로 기한에 맞춰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나름대로 연정의 성과라면 성과다.

곡절도 많았다. 성공적인 연정을 위해 연정협력국을 만들고 연정조례까지 제정했지만, 여야의 정파적 이해가 갈리는 결정적 순간에 연정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빚어진 적도 있었다. 무상급식 같은 여야 쟁점이 있을 때마다 연정 파기 논란은 단골 메뉴였다. 남 지사의 핵심공약이었던 버스준공영제는 애초 22개 시군이 동참하기로 했지만 14개 시군만 참여해 사실상 실패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의원들이 요구하는 사업비는 '연정예산'이라는 명목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됐지만 실상은 '예산 나눠 먹기'였다. 이점은 두고두고 비판받아야 한다. 이러니 연정예산 수립 때 도민이 참여할 여지는 없었다. '누구를 위한 연정인가'라는 비판이 나온 것도 그런 이유다. 올해 연정예산은 192개 사업에 무려 1조6천억원이다.

연정 종료는 민주당의 지적대로 "남 지사가 민생을 돌보지 않고 정치적 행보에 치우쳤기 때문"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그렇다고 민주당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사건건 당리당략에 휘둘렸다. 예산만 챙기고 '먹튀'하듯 연정을 파기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연정은 사실상 정치실험에 불과했다. '상생정치'라는 가능성도 보여줬지만, 도민들의 공감을 받지 못하는 '그들만의 소통과 협치'였다. 정치지도자의 섣부른 정치실험이 도정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도민들에게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 그나마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28일 '연정 종료식'을 갖는다니 입맛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