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일부 학교에서 석면 제거 공사 후 석면 부스러기가 발견돼 개학을 미루는 사례가 발생했다.

28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용인 제일초는 개학을 3월 5일에서 12일로 일정을 미뤘다.

제일초의 경우, 이번 겨울방학에 석면 해체·제거 공사를 한 경기도 내 학교 333곳 중 한 곳으로, 학부모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은 병설유치원 외부 후문 자갈밭과 현관 앞, 교실 뒤편 공터 등에서 석면 잔여물인 텍스 조각을 발견했다.

학교는 교직원과 학부모들 등으로 이뤄진 긴급 협의회를 개최, 개학 전까지 석면 잔재물이 나온 장소는 물론 교실 내부도 정밀하게 청소하기로 했다.

제일초 관계자는 "학기 초는 수업 준비와 학생 생활지도, 예산 편성 등으로 정신없는 시기지만,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학교와 유치원 개학을 연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오산 원동초교도 개학 연기를 검토 중이다. 공사를 마무리 한 교실과 복도 등 13군데에서 석면 부스러기가 발견된 것이다.

공기 중 석면 농도를 측정한 결과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미세한 입자의 석면 가루가 바람을 통해 날려졌을 경우 호흡기질환을 포함한 암 발생 우려도 있어 학부모들은 문제를 제기하는 등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재청소 방법 등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석면은 섬유 모양 광물로 섬유 한 가닥 굵기가 머리카락의 5천분의 1정도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 1987년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석면이 함유된 물질은 평소에는 인체에 해가 없지만, 석면 가루가 날려 흡입하게 되면 호흡기 질환, 석면폐, 폐암, 악성중피종 등 치명적인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도내 한 초교교사는 "화성·오산 권역에서는 이번 겨울방학에 20여개 학교에서 석면제거가 진행됐는데, 학교 공사는 방학 중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업체와 감리 선정 등 공사를 진행하는 부분에서 무리가 있는 것 같다"며 "석면은 건들지 않으면 큰 해가 없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사하되 관리 감독은 더 꼼꼼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교 관계자는 "석면 공사 업체가 법으로 규정된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지 않은 경우도 과거부터 발생해 왔다. 안전불감증에 따른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의 교육 환경과 건강을 위해 교육기관은 관리·감독 등을 철저하게 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석면제거 업체에 대한 감독은 물론 감리를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교육부 민·관 합동 잔재물 표본 조사에서 경기도는 대상 학교 71곳 중 28곳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도내 유치원·초중고·특수학교 4천768곳 가운데 석면을 건축 마감재로 사용한 학교는 48.9%인 2천331곳이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