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광역버스 환경열악
지난달 26일 인천 서구~ 서울 강남역을 운행하는 9300번 인천 광역버스가 출근길 차량으로 꽉 막힌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부천 송내IC에 진입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텅빈 BRT차선 '그림의 떡'
예정比 40~50분 지연 일쑤
용변 급할 땐 무단 정차 등
휴게 공간·시간 항시 빠듯
긴운행탓 시민 불만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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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광역버스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마다 교통 체증으로 거북이걸음이다.

인천~서울 출퇴근 길이 2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긴 운행 시간 때문에 기사들은 광역버스 운전을 기피한다. 경력 5년이 안 된 기사들이 많은 데다, 장시간 화장실도 못 가고 운전해야 하는 구조 등으로 항상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하철 노선 신설·연장, M버스 확대 등으로 광역버스가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경영 수지 악화를 버스 회사 탓으로만 돌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광역버스의 현주소와 문제의 원인, 개선 방안 등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화장실에 가고 싶어질까 봐 운행 중에는 아예 물을 안 마십니다."

지난달 26일 인천 서구~서울 강남역 노선인 9300번 인천 광역버스. 오전 6시40분 운행을 시작한 이 버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출근 시간과 겹치면서 서구 시내에서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버스 기사 김금상(60)씨는 텅 빈 간선급행버스체계 BRT(Bus Rapid Transit) 차선을 바라봤다. BRT 전용 차선은 일반 광역버스가 진입할 수 없는 곳이다.

김씨는 "우리는 저 차선에 들어가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며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BRT 차선을 사용하게 해주면 운행 시간을 최소 20분은 앞당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부천 구간을 벗어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 진입하려 하자 또다시 차량 정체가 시작됐다. 송내지하차도에서부터 고속도로 진입 전까지 약 1㎞ 구간에서만 10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인천에서 22명, 부천에서 14명 등 모두 36명을 태운 버스는 오전 9시 20분께 반환점인 강남역에 도착했다. 운행 시작 2시간 40분 만이다. 이 노선의 배차표를 보면, 강남역 도착 시각은 오전 8시 30분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실제 출근 시간대 버스는 예정 시간보다 5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버스기사는 쉬지도 못한 채 그대로 인천으로 출발했다. 강남역 인근에는 광역버스 기사들의 휴식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신호대기 시간을 이용해 몸을 풀기도 하고 화장실이 급한 경우에는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가스 충전소 화장실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운행 시간 역시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길어졌다. 이 버스의 운행 시간은 오전 6시 40분부터 오전 10시 20분으로 3시간 40분으로 돼 있지만, 실제 버스의 운행 시간은 이보다 45분 긴 4시간25분이었다. 다음 운행 준비로 인해 차고지에서 휴식할 여유조차 없었다.

이어 오후 2시10분께 탑승한 1302번 광역버스. 송도국제도시를 출발해 서울역을 돌아오는 노선이다. 운행 26분만인 오후 2시 36분께 남동구 논현동에서 첫 승객이 탑승하는 등 낮 시간대 서울까지의 승객은 8명에 불과했다.

버스는 오후 4시 20분께 반환점인 서울역에 도착했다. 버스 기사 신현덕(47)씨는 서울역 다음 정거장인 충정로역 인근 건물 앞에 잠시 차를 세워둔 뒤 화장실에서 용변만 해결한 채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신씨는 "원래는 차를 세우면 안 되는 곳이지만, 정말 화장실이 급할 때 들르는 곳"이라며 "용변 볼 곳도 마땅치 않아 파출소 등에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광역버스의 긴 운행 시간에 시민들 불만도 적지 않다. 더 적은 시간이 걸리는 지하철 대신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편하게 갈 수 있는 것이 광역버스의 장점인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이 장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계양구에 사는 왕동석(52)씨는 서울에 위치한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 매일 아침 9300번 버스를 이용한다. 이날도 왕씨는 오전 7시10분께 계양구의 한 아파트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 오전 9시 10분께 교대역에서 내렸다.

탑승 정류장 인근 지하철역인 작전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교대역으로 이동할 경우 약 1시간 15분이 소요되지만, 광역버스로는 2시간이 걸렸다.

왕씨는 "지하철은 사람이 너무 많고 계속 서서 가야 하는 불편이 있기 때문에 편하게 갈 수 있는 광역버스를 이용하고는 있지만, 출근 시간에는 차가 많이 막혀 너무 오래 걸린다"고 했다.

남동구 논현동에 거주하는 박모(25·여)씨는 "집 앞에 광역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서울을 갈 때 많이 이용하는데, 배차 시간이 길다 보니 차량이 겹치는 경우에는 다음 차를 30분 넘게 기다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해당 노선 운수업체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에 많은 차량이 몰리는데 버스 전용차로가 없어 광역버스라고 해도 정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버스전용차로가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승배·김태양 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