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제 99주년 3·1절 기념사를 통해 "광복 100년으로 가는 동안 한반도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를 완성해야 하며 분단이 더 이상 우리의 평화와 번영에 장애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며 국민에게 "이 목표를 함께 이뤄가자"고 제안했다. 해방 1세기를 맞는 2045년까지 한반도를 일제 강점 직전의 한민족 공동체로 복원하자는 남북통일 비전이다. 또 일본에는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천명한 뒤 "위안부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가해자인 일본정부가 '끝났다'라고 말해서는 안된다"고 일본의 역사인식을 비판했다. 이 또한 예상되는 한·일 외교갈등을 감안해도, 국민정서를 대변하는 대일 메시지로 인정할 수 있다.

문제는 한반도 평화·경제공동체를 실현하고, 한·일 역사갈등을 해결할 방향과 수단에 대한 우리 내부의 갈등과 이견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당장 이날 대통령 기념사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등 범여 정치권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범야 정치권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범여권은 한반도 평화·경제공동체 완성에 적극 협력의사를 밝혔다. 반면 범야권은 핵무장을 완성한 북한과의 평화·경제공동체 건설이 어떤 의미인지 따져 물었다. 한·일 문제에 대해서도 여권은 대통령의 기본 인식에 동의한 반면, 야당은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문 대통령이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의 출발로 확정한데서는 여야의 반응이 결정적으로 갈렸다.

남북통일과 국제사회에서의 국격 확립과 같은 비전은 국민 역량의 결집을 바탕으로 국가적 총력을 장시간 집중해야 성취할 수 있는 거대 목표다. 한반도 평화·경제공동체를 완성하는 수단과 방법이, 대한민국의 기원을 확정 짓는 역사행위가 특정 진영의 논리와 주장으로 추진되는 것은 위험하다. 진영의 교체로 인해 수단과 방법, 역사행위가 전복되기를 반복하면 목표 자체가 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가 원대하고 비전이 클수록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도 장기적인 성취를 이루어 낼 기반인 국민통합을 위해 발휘돼야 한다. 대통령이 일일이 호명한대로 겨레 전체가 참여해 건국의 기틀을 세우고 독립을 성취한 3·1운동 정신은 대한민국의 신생을 원하는 문 대통령에게 진영을 초월한 지도력을 요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