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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제품에 25%의 관세 부과를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제품에 대해 25%의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유럽과 캐나다 등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것은 물론, 그동안 지켜만 보고 있던 국제통화기금(IMF)까지 트럼프 정부의 결정에 공식적인 비판을 내놓았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결국 자국 경제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지면서 트럼프 행정부를 당혹하게 했다.

우리 정부도 긴급 대책회의에 나서고 재계가 관세 부과 철회를 요청하고 나서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주에 25% 관세 부과를 공식 발표하면 국내 철강업계는 적지 않은 피해를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4일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미국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자국 철강업계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간담회에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수입 알루미늄에 대해서도 10%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행정부 내에서 혼선과 갈등이 빚어지면서 일단 공식 발표는 유보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한국을 비롯한 12개 국가에 최소 53% 이상의 철강제품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트럼프 행정부에 제시했다. 하지만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같은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세계 각국이 생각지도 않던 '관세 폭탄'을 맞게 됐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대미 철강 수출 1위 국가인 캐나다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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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수입 철강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할 전망이어서 관련업계의 타격이 우려된다. 사진은 평택항 수출 컨테이너 부두 /경인일보DB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규제가 가해진다면, 우리의 무역 이익과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해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며 "그 어떤 무역 규제도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도 다음날인 2일 집행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오는 7일 집행위 고위 관리 모임에서 대응책이 내려질 것이며, 다른 국가들과 협력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프랑스는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이 2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미국은 EU의 강력하고 단결된 대응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같은 날 IMF도 게리 라이스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국이 제안한 이 조치가 사실상 다른 나라들이 광범위한 수입제한을 정당화하는 데 국가안보 논리를 사용하는 상황을 확대할 것을 우려한다"면서 "우리는 미국과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이 이런 비상조치에 의존하지 않고 무역에서의 의견 충돌을 풀어내고 무역 장벽을 줄이기 위해 함께 건설적으로 협력하기를 권장한다"고 밝혔다. IMF가 관세 정책과 관련해 공식 논평을 내고 중재에 가까운 입장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정부는 2일부터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단 정부는 미국 정부가 규제를 공식 발표할 때까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철강·알루미늄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는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방미 중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과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 등과 접촉해 232조 조치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채택되도록 미국 측에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최종 결정을 할 때까지 대외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철강 제품에 대한 25%의 관세를 공식 발표할 경우 우리 업계는 고스란히 피해를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한국은 캐나다, 브라질에 이어 미국에 대해 3위 철강 수출국으로, 지난해 수출 물량은 340만 톤에 달했다. 품목별로는 강관이 지난해 16억3천400만달러(198만8천t)로 전체의 절반(50.1%)를 차지하고 있다.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은 2016년부터 '관세 폭탄'을 맞아 수출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열연강판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1억7천만달러로 전년보다 60.6%나 줄었다. 냉연강판의 수출액도 4천400만달러로 50.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철강 제품에 전반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주력 수출품목인 강관도 가격 경쟁력이 하락해 수출 차질이 불가피하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