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총책은 추적 따돌려
中공안과 협조 쉽지 않아
A씨는 외화 환전 아르바이트로 속아 3천221만원을 조직 송금책에 전달하고 100만원을 수수료로 받은 혐의(사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붙잡힌 뒤 조직의 윗선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최근 인천에선 20대 회사원으로부터 800만원을 받아 중국 현지 조직에 전달하려 한 B(16)군이 붙잡혔다.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잠복해 있다가 B군이 돈을 받자마자 현장을 덮쳤다.
B군은 생활비가 필요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경찰과 검찰 등 사정기관이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데도 매번 결과는 송금·인출·전달 등 범죄에 가담한 중간 연결책을 검거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조직 총책과 같이 범죄를 주도한 뿌리는 좀처럼 파헤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관사칭형·대출사기형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2만4천259건으로, 범죄에 가담한 2만5천473명을 붙잡았다.
하지만 이들 중 99%가 송금책 등 중간 연결책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실제 보이스피싱 조직의 몸통이 잡힌 사례는 지난 2016년 검찰이 중국 옌지에 기반을 둔 부총책 4명을 적발한 건과 경기남부청이 중국 칭다오에서 콜센터를 운영한 조직 총책 등 34명을 검거한 것 등 손에 꼽히는 정도다.
사정기관에서는 이들 범죄 조직의 주 활동무대가 중국이다 보니, 공안과의 공조가 쉽지 않아 총책을 적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전문가들도 법망을 피해 사정기관의 추적을 따돌리는 범죄 조직의 교묘한 수법을 근절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원상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중국 공안의 비협조 문제는 외교 정책을 통해 풀어야 하는 과제인데도 정부나 사정기관이 사실상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